조합원 탈퇴에 총회의 의결을 요구하는 영농조합법인의 정관 조항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998년 설립된 A축산영농조합법인의 설립 당시 조합의 출자지분의 25%를 보유하여 설립에 참여한 조합원이자 2005년 1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대표이사, 설립시부터 2005년 11월까지 이사를 역임한 이 모씨는, 2019년 11월 8일경 자신에 대한 조합원 제명 결의에 대한 법원의 무효 판결 이후에도 조합 경영에 일체 배제되어 더 이상 조합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조합법인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정산금 즉, 조합의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제외한 순재산을 계산하여 지분을 곱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A조합에 요청했다. 그러나 A조합이 '이씨가 조합법인에서 탈퇴하기 위하여는 조합 정관에 따라 총회의 의결을 얻어야 하고, 총회 의결이 있는 경우 회계연도말인 202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출자지분과 관련한 정산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답신하자, 이씨가 "조합의 의결로 탈퇴를 제한하는 조합의 정관 규정은 민법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지나치게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효력이 없다"며 탈퇴로 인한 정산금 2억 58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2020가합10585)을 냈다. A조합의 정관 53조 4항은 "조합원의 가입, 탈퇴 및 제명은 총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조합은 이에 앞서 2011년 6월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이씨가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경영이익을 내지 못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이씨에 대한 제명을 결의, 이에 이씨가 총회결의무효확인소송을 내 무효판결이 확정되었고, A조합이 2012년 12월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이씨가 대표이사로 근무한 기간 동안 조합의 자돈을 무분별하게 반출하여 조합에 손실을 끼쳤다'는 등의 이유로 다시 이씨에 대한 제명을 결의하였으나, 이에 대해서도 이씨가 무효확인소송을 내 무효판결이 확정되었다.
제주지법 민사2부(재판장 이규훈 부장판사)는 8월 13일 "A조합의 정관 제53조 제4항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 정관 제53조 제4항은 조합원이 임의로 탈퇴함에 있어 총회의 의결이라는 추가적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을 뿐 조합원의 탈퇴를 봉쇄하는 조항으로 볼 수는 없고(조합 정관에서 조합원의 탈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임의 탈퇴의 요건으로 조합원 총회의결을 부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것이 조합계약으로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다는 민법 제716조 제1항 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피고는 총회 의결로 원고를 두 차례 제명하는 결의를 하기도 하였는바, 원고가 피고 조합법인을 탈퇴함에 있어 총회 의결을 거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되고, 공적 자금 등의 지원을 받는 영농조합법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조합원이 탈퇴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탈퇴에 따른 지분 환급 등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영농조합법인의 존속 및 사업의 계속적 추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서 정관에서 총회 의결 등 일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정하는 것이 탈퇴를 원하는 조합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조합원 제명을 결의하고 조합법인 운영에서 원고를 배제시키고 있음에도 피고 정관 제53조 제4항을 이유로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피고 정관 제53조 제4항은 조합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기존에 피고가 원고에 대한 제명을 결의한 사실이 있다는 점만으로 원고에 한하여만 피고 정관 제53조 제4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두고 금반언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 조합법인에서 탈퇴하고자 하는 경우 피고 정관 제53조 제4항이 우선 적용되므로, 원고가 피고 조합법인에서 탈퇴하기 위하여는 피고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원고가 2019. 11. 8.경 피고에게 피고 조합법인에서 탈퇴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나아가 피고의 총회에서 원고의 탈퇴를 의결한 사실이 없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원고는 피고 정관 제53조 제4항에서 정한 탈퇴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였음이 명백하므로 피고 조합법인에서 유효하게 탈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가 피고 조합법인에서 유효하게 탈퇴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탈퇴로 인한 정산금 지급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