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CJ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판 것과 관련해 명의신탁을 이유로 1,676억여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증여세 부과는 위법해 취소되어야 한다는 최종 승소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8월 20일 이재현 회장이 서울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2020두32227)에서 "가산세 포함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앤장이 항소심부터 이 회장을 대리했다. 중부세무서는 1심은 법무법인 남산, 항소심은 법무법인 남산과 한결, 상고심은 법무법인 위즈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중부세무서는, 이 회장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여러 개의 SPC를 설립한 뒤 이 회사들 명의로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CJ그룹의 국내외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고 일부를 다시 양도했음에도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3년 9월 가산세 포함 양도소득세 426억여원을 부과하고, 이 회장이 실제 소유자임에도 SPC들에 이들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이라며 2013년 11월 가산세 포함 2,081억여원을 부과했다. 또 각 SPC에 명의신탁한 주식 등에 대한 배당소득을 얻었음에도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고, 2011년~2012년 CJ China에 근무하지 않는 회장실 재무팀 직원에게 급여 합계 26억 4700여만원을 지급하게 하여 이를 이 회장의 생활비로 사용함으로써 위 급여 상당의 근로소득을 얻었음에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2013년 9월 가산세 포함 종합소득세 107억여원도 부과했다. 이에 이 회장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 조세심판원에서 증여세 일부가 감액되었으나 나머지 1,676억여원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해외 자산 증식 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
법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90년대 중 ‧ 후반경 해외 비자금이나 CJ 등 계열사 법인자금을 이용하여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 자산을 증식시키기로 하고, 회장실 재무팀 소속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재무팀 소속 직원들은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국내에는 해외 금융기관 명의만 드러날 뿐 실제 투자자가 확인되지 않아 과세가 곤란함을 알고 BVI 등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한 후 그 명의로 CJ 등 계열사 주식을 취득, 매각하여 양도차익을 남기거나, 배당을 받아 원고의 해외 자산을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증여세 부과는 적법하나 "원고가 조세회피 목적을 넘어서 명의신탁 사실을 적극 은폐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무신고 하였다고 보긴 어렵다"며 가산세 71억원만 취소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가산세 포함 증여세 전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은 1심부터 적법하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이고, 따라서 이 사건 각 SPC가 조세피난처인 BVI에서 관련 법령에서 정한 최소한의 자본출자요건(1달러)을 갖추어 인적 · 물적 시설 없이 설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인격이 부인된다고 할 수 없고, 각 SPC는 그 1인 주주인 원고와 구별되는 독립된 권리 ·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각 SPC의 1인 주주로서 명목회사인 각 SPC를 실질적으로 지배 · 관리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각 SPC의 법인격이나 이를 전제로 한 사법상 효과 및 법률관계를 부인하여 이 사건 각 SPC가 아니라 1인 주주인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원고가 각 SPC를 통하여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실질적 지배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각 SPC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주식을 관리 · 처분할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원고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하게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각 SPC 내지 해외 금융기관과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실질적 소유자가 원고임을 밝히는 명의신탁의 합의를 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실질적 소유자이고 원고와 이 사건 각 SPC 내지 해외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의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이때 당사자들 사이에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 해당 재산의 명의자가 실제소유자와 다르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실제소유자인 사실 및 원고와 각 SPC 내지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고, 본세인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므로 증여세 부당무신고 가산세 부분 역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다만, 이 회장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가 각 SPC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주식으로 인한 이익 등을 향유하고 있고, 각 SPC를 이용한 행위는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원고에게 주식의 보유 · 처분에 따른 배당소득 및 양도소득이 귀속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며 "원심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및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실질과세원칙 및 소득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은 이 사건 각 SPC를 이용하여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고 매각하거나 배당을 받는 등으로 2005귀속년도부터 2012귀속년도까지(2008귀속년도 제외)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하였다는 이유로 특가법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증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요건사실은 과세관청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였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 "원고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을 소유하게 한 경우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에 따라 주식의 보유 · 처분에 따른 배당소득 및 양도소득이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원심 판결을 수긍함으로써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국면과 실질과세원칙의 적용국면이 다르다는 기존 선례(2013두13655 판결, 2018두128 판결)의 취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