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히 토지는 공급과 수요의 양 측면에서 다른 재화와 전혀 다른 특성이 있다. 토지의 공급도 완전히 한정되어 있지는 않다. 도시의 토지는 용적률의 증가를 통해서, 용도변경을 통해서, 지하와 고층개발을 통해서 실질적인 공급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사람에게 아가미가 생기지 않는 한, 바다가 토지의 공급을 대체하기는 어렵고, 토지의 공급이 한정적인 것은 명백하다.
한편 다른 재화는 더 우수한 대체재의 공급을 통해서, 생활방식의 통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 우리의 주식인 쌀 소비량을 봐도 그렇고, 빅맥지수는 이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생활을 해결하려면 토지는 필수적이므로 토지에 대한 수요는 다른 어떤 재화보다도 안정적이다. 결국 부동산의 가치는 공급의 한계와 수요의 확대를 통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부동산 투자는 쉽지 않다. 첫째, 유동성이 떨어진다. 돈이 필요할 때 안 팔리면 쓸모가 없다. 둘째, 단위가 크다. 100만원짜리 부동산은 없다. 셋째, 가치 변동의 예측이 어렵다. 모든 부동산이 오르지는 않는다. 잘못하면 전 재산의 가치가 폭락한다. 넷째, 관리가 어렵다. 흔히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하지만, 막상 임대차분쟁을 겪어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자산관리에 좋은 공모리츠
그런데 공모리츠에 투자하게 되면, 유동성, 투자단위, 가치변동, 관리에 관한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다. 물론 가치의 변동성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따른 투자보다는 전문가들의 선택에 따른 투자가 안정적일 것이다. 따라서 공모리츠는 공익적 차원에서도 개인적인 자산관리의 차원에서도 좋은 제도이다.
리츠는 미국에서 1960년대에 최초로 시작되었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년 먼저,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1년 늦게 도입되었다. 2020년 3월 말 상장 리츠의 시가총액을 보면, 우리나라는 1.7조 원, 미국은 9,500억 달러(약 1,100조원), 일본은 11조 6,000억 엔(약 120조원)가량이고, 싱가포르는 862억 싱가포르 달러(약 75조원)이다. 우리나라의 공모리츠는 매우 초라한 실적이다.
리츠와 부동산 펀드
우리나라에서 리츠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1년이고, 부동산펀드가 도입된 것은 2004년이다. 자본시장법상 부동산펀드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른 리츠는 자본시장에서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그 성격은 출발점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도 목적으로 하지만, "금융투자업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비해서 부동산투자회사법은 직접적으로 "일반 국민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동산펀드는 공모를 강제하지 않지만, 리츠는 원칙적으로 공모의무가 있다. 공모부동산펀드의 투자자 보호 방법은 내용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도록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공모리츠는 국토부의 인가를 득하여야 하고, 인가의 기준에는 "사업계획의 타당성 및 적정성"을 포함하고 있어서 정보제공의 측면은 물론이고, 내용 자체도 규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공모리츠는 투자자에게는 참 좋은 제도이다. 하지만 자본시장 참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혜택은 없고, 규제는 많다. 예를 들면 공모리츠가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는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린다. 사모로 펀드를 조성할 경우에는 1일이 걸린다.
또한 사모리츠의 경우에는 의사결정구조가 간단하지만, 공모리츠는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절차를 따라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공모리츠에 대한 특별한 혜택은 없었다. 이러다 보니 공모리츠는 활성화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몇 가지 이유로 공모리츠의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첫째, 공모와 사모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에서 차이가 생겼다. 종래에는 리츠나 펀드는 모두 종합부동산세가 면제되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모리츠나 사모펀드는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한다(기존에 사모리츠나 사모펀드가 보유한 토지 및 주택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20%씩 종합부동산세가 증액되는 경과 규정을 두고 있다).
사모리츠, 올해부터 종부세 납부
이와 관련, 관련 업계에서는 사모에게 세제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모와 사모에 대한 혜택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모에 특별한 혜택을 주기 어렵다면,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사모와 공모에 대한 세제혜택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공모리츠는 유익한 제도이지만, 자본시장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제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결정적인 상황 변화는 이자율이 낮아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자율과 부동산 가격은 반비례한다.
리츠는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일부의 자금은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 자금은 자본금으로 조달한다. 그런데 동일한 수입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이자율이 낮아지는 만큼 자본에 대한 투자수익이 더 분배된다. 또한 이자율이 낮다는 것은 적당한 투자처가 없음을 의미하므로 부동산에 대하여 목표로 하는 투자수익률도 같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로써 부동산 가격(가치)은 더 올라간다.
셋째,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들은 부동산을 팔고자 하고 있다. 두 번째 상황만 보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결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특별한 유인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세계경제는 이미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이었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에 대한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이 적용될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서 부동산 직접 소유에 대한 위험계수를 크게 늘리는 것도 부동산 직접 보유에 대한 위험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양적완화 계속되면 인플레 올 것
본원통화의 기초가 되는 화폐발행잔액이 2013년에 약 60조였지만, 현재는 13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현재는 부동자금이 아무리 많아도 실물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 물가상승이 없지만,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현재와 같은 양적 완화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인플레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자산관리에 있어 실물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고,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안정적인 투자를 위한 공모리츠 투자는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공모리츠도 장기적으로는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평범해질 것인 바, 지금이 좋은 투자기회라고 생각한다.
리츠에 대한 자문업무를 하면서 오랫동안 꿈꾸던 것이 있었다. 공모리츠가 아주 활성화되어 모든 국민들이 이루어낸 부동산 가치의 상승이 소수의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불공평을 시정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그러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다.
이준혁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joon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