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몰카 현행범이 임의제출한 휴대전화, 사후영장 없어도 증거로 쓸 수 있어"
[형사] "몰카 현행범이 임의제출한 휴대전화, 사후영장 없어도 증거로 쓸 수 있어"
  • 기사출고 2020.04.29 08: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휴대전화 사진으로 확인된 이전 범행도 유죄 가능"

대법원이 현행범 체포 때 피의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사후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월 9일 몰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박 모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7142)에서 이같이 판시, 일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전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박씨는 2018년 5월 11일 오후 9시 49분쯤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지하철 3호선 주엽역 8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에서 갤럭시 S8 휴대전화로 앞에 서 있는 27세 여성의 원피스 치마 속 음부 부위를 4회에 걸쳐 몰래 촬영했다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체포 당시 박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를 집행한 경찰은, 다음날 박씨를 석방하고 사후 압수영장은 청구하지 아니한 채 박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를 계속했다. 이후 휴대전화 안에 있는 박씨가 촬영한 다른 여성의 사진까지 CD에 복제한 뒤, 촬영사진을 출력하여 피의자신문조서 말미에 첨부하였고, 검찰은 이 증거를 바탕으로 5월 11일 범행을 포함해 2018년 3월 7일경부터 5월 11일경까지 11회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다.

1심은 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아동 · 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 등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으나, 박씨의 휴대전화에 담긴 사진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현행범 체포 범행 이전 7회에 걸쳐 이루어진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의 몰카 범행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기는 하나) 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된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216조 1항에 따른 압수물로 보아 217조 2항이 정한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지 못했다면, 압수된 임의제출물은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며 "경찰이 피고인의 휴대전화기를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라 압수하였으나, 그 실질은 형사소송법 216조 1항 2호에 따라 압수한 것으로서 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못했으므로, 휴대전화기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현행범 체포된 이후 휴대전화를 요구받았기 때문에 위축된 심리였을 것으로 짐작되고, 한편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그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휴대전화 제출의 임의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전제하고,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라 압수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217조 2항이 정한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잘못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1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원심은 1회 공판기일에서 (박씨의)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한 후 선고한 판결에서 현행범 체포로 인한 심리적 위축,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그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직권으로 그 임의성을 부정하는 판단을 하였다"며 "공판 진행 경과 및 원심의 판단 근거가 위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던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 전에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거나 그와 같은 임의성에 대하여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게 증명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심리하여 본 후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은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