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회사 소유 도로 바닥에 페인트로 사장 욕설, 재물손괴 무죄"
[형사] "회사 소유 도로 바닥에 페인트로 사장 욕설, 재물손괴 무죄"
  • 기사출고 2020.04.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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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도로 효용 해하는 정도 아니야"

직원들이 회사 소유의 도로 바닥에 페인트로 사장을 비난하는 욕설을 썼더라도 재물손괴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월 27일 사장을 비난하는 욕설을 회사 소유 도로 등에 작성, 폭처법상 특수재물손괴 및 형법상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 모씨 등 유성기업 직원 25명에 대한 상고심(2017도20455)에서 이같이 판시, 특수재물손괴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대전지법 재판부는 1심에 이어 이씨 등의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인정, 벌금 200만 또는300만원을 선고했다. 김상은, 김차곤 변호사가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이씨 등은 2014년 10월 24일 오후 2시쯤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쟁의행위를 한다는 명목으로 유색 페인트와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사장 이 모씨를 비난하는 욕설을 충남 아산시에 있는 회사 소유 도로와 현수막에 써, 수리비 90만 2000원이 들도록 도로를 손괴하고(특수재물손괴), 사장 이씨를 공연히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현장에는 노조 조합원 60여명이 있었다. 이씨 등은 도로 위에 얇은 흰색 천을 펼쳐놓고 빨간색 페인트 또는 스프레이 래커로 사장을 비난하는 문구를 작성하여 페인트가 배어나와 그 문구가 도로에 배이게 하고 이 흰색 천을 게시하거나 도로 바닥에 직접 문구를 기재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특수재물손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형법 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전제하고, "특히 도로 바닥에 낙서를 하는 행위 등이 그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도로의 용도와 기능, 그 행위가 도로의 안전표지인 노면표시 기능 및 이용자들의 통행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 그 행위가 도로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도로의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문구를 쓴) 도로는 피해자 유성기업 주식회사(피해 회사)의 임원과 근로자들 및 거래처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피해 회사 소유의 도로로 산업 현장에 위치한 위 도로의 주된 용도와 기능은 사람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데 있고, 미관은 그다지 중요한 작용을 하지는 않는 곳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인들이 도로 바닥에 기재한 여러 문구들 때문에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 회사의 정문 입구에 있는 과속방지턱 등을 포함하여 도로 위에 상당한 크기로 기재된 위 문구의 글자들이 차량운전자 등의 통행과 안전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도로 바닥에 기재된 문구에는 피해 회사 임원들의 실명과 그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 등이 여럿 포함되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도로의 이용자들이 도로를 통행할 때 그 문구로 인하여 불쾌감, 저항감을 느껴 이를 그 본래의 사용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피고인들이 유색 페인트와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피해 회사 소유의 도로 바닥에 직접 문구를 기재하거나 도로 위에 놓인 현수막 천에 문구를 기재하여 그 페인트가 바닥으로 배어 나와 도로에 배이게 하는 방법으로 도로 바닥에 여러 문구를 써놓은 행위는,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도로 바닥에 페인트와 래커 스프레이로 쓰여 있는 여러 문구는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로 덧칠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상회복되었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들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