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여교사의 성희롱 피해 사실 친정아버지에게 알리고 화해 종용한 교장 견책 적법"
[행정] "여교사의 성희롱 피해 사실 친정아버지에게 알리고 화해 종용한 교장 견책 적법"
  • 기사출고 2020.03.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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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최종 책임자로서 피해자 보호조치 소홀"

중학교 교장이 같은 여성인 교무부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여교사의 동의 없이 피해 사실을 친정아버지에게 알리고 가해자와의 화해를 종용했다가 견책처분을 받았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강경숙 부장판사)는 최근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재량권 일탈 · 남용이 아니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19구합6028).

A씨는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울산에 있는 한 공립중학교의 여교사 B씨가 2018년 2월경부터 같은 학교 교사인 교무부장으로부터 잦은 스킨십을 당하고 2018년 5월 "자기 눈 밑이 빨간데 야동보고 왔어?"라는 말을 듣는 등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였다는 피해 사실을 접하고,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날인 2018년 6월 17일 평소 안면이 있었던 B씨의 친정아버지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였으나 통화를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당일인 6월 18일 B씨의 친정아버지로부터 전화 회신이 오자 B씨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B씨의 친정아버지에게 알리며 "오늘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니 사건을 잘 무마시켜달라"고 말하였다. 또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당일 오전 11시 50분쯤 부장협의회를 마치고 B씨에게 "주말에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사 들고 집 앞에서 기다렸다.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지 말고 가해자를 좋게 6개월만 지켜 봐주면 안 되겠느냐, 내가 다른 학교 갈게"라고 말하는 등 B씨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성희롱 피해자 보호조치를 소홀히 하는 등 성관련 비위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울산광역시 교육감으로부터 견책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B씨는 이에 앞서 울산광역시교육청 고충상담원과의 전화상담을 통해 교무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였다고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으며, 교감이 B씨의 동의를 얻어 가해자가 공개사과를 하는 방법으로 화해 · 합의하는 방안을 시도하였으나 화해 ·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B씨는 2018년 6월 1일 성희롱 피해 사실을 울산광역시교육청 온라인 성고충 센터에 정식으로 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울산광역시교육청에 신고한 성희롱 피해 사실이, '피해자와 서로 대등한 지위에 있는 동료 여성 교사인 가해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였다'는 것으로서 그 위법성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는 점, 원고가 피해자의 친정아버지와 개인적인 안면이 있는 사이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거나 그 위법성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인식하에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였던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①원고는 교장으로서 피해자가 호소하는 성희롱 피해사실에 대해서 피해자 보호조치가 충실히 이행되면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이 해결되도록 할 학교 내 최종적인 책임자 지위에 있었던 점, ②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성적으로 부당한 언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가해자의 접근금지 등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구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호소하는 피해의 정도가 가벼웠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던 점, ③원고는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날에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거나 피해자의 친정아버지에게 전화를 시도하는 등 피해자가 신고한 성희롱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들을 한 점, ④원고는 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 당일 피해자의 친정아버지에게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무마를 부탁하기도 하였는데, 원고로서는 설령 그 고지의 상대방이 피해자의 친정아버지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피해자로서는 그러한 사실이 자신의 친정아버지와 같이 자신과 가까운 친 · 인척에게 알려지는 것을 더욱 강하게 원하지 않았을 수 있다), ⑤원고는 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가 임박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기를 원하는 분명한 의사를 표현하였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좌절감 등을 느끼도록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언행은 피해자의 동의나 양해 없이 제3자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고, 묵시적으로 성희롱 사건에 대하여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화해나 합의를 종용하는 것으로서 피해자가 호소하는 성희롱 피해사실에 대해서 피해자 보호조치가 충실히 이행되면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이 해결되도록 할 책임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한 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공무원법 79조, 80조에 의하면,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되는데, 그 중 견책은 '전과에 대하여 훈계하고 회개하게 하는 것'으로서 가장 가벼운 징계에 해당한다"며 "위와 같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견책처분보다 가벼운 어떤 징계가 있을 수 없으므로, 견책처분을 한 것을 가지고 징계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징계사유가 구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2019. 3. 18. 교육부령 제1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4조 3항 소정의 '성실하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생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징계의 감경이 이루어져야 하고, 감경된 징계의 일환으로서 '불문경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사실이 '성실하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생긴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위와 같은 감경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징계권자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징계를 하는 대신 '불문경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피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명백하게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임을 주장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