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며 제때 갚지 못하면 연 20%의 이자를 받기로 약정했다. 이 경우 '연 20% 이자'의 적용 시점은 언제일까?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월 30일 양 모씨가 "대여금 1억 2000만원과 돈을 빌린 때인 2014년 3월 2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며 석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79474)에서 원심을 깨고, '연 20% 이자'는 만기일 이후부터 적용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양씨는 2014년 3월 25일 석씨에게 변제기한을 2018년 3월 25일로 하여 총 1억 2000만원을 빌려주면서 '차용금에 대한 이자는 연 4%로 하고 만기 일시 상환한다. 단, 만기일에 상환이 지체될 경우 연 20%의 이자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석씨가 변제기한에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자 양씨가 "원금 1억 2000만원과 (돈을 빌려간 시점인) 2014년 3월 2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연 20%의 이자가 차용일부터 소급해 적용돼야 한다며 양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당사자가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단순히 '이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대여금 상환의무 불이행으로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 성질은 지연손해금으로서의 손해배상금이지 이자는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따라서 '만기일에 상환이 지체될 경우 연 20%의 이자를 적용한다'라는 약정은 상환지체로 인한 만기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을 연 20%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함이 옳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래의 이자 발생일로 소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지연이자'는 금전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서, 일반적으로 원금에 대하여 지체일부터 법정 또는 약정 이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하고, 이 사건 계약서에서 대여금 반환채무의 지연이자는 만기일에 대여금의 반환을 지체하여야 발생하는데, 연 4%의 약정이자 대신에 연 20%의 지연이자를 언제부터 지급해야 하는지는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비록 이 사건 계약서에 '만기일에 상환이 지체될 경우 연 20%의 이자를 적용한다'라는 문구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만기일로부터 4년 전인 2014. 3. 25.로 그 지연이자의 기산일을 앞당겨 정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따르면, 피고가 만기에 대여금 반환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로 하여금 대여금 반환의무가 발생하기도 전의 기간에 대하여 연 20%의 이율에 따른 무거운 책임을 소급하여 부과한다는 것(대여원금이 1억 2000만원이므로 4년간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은 9600만원에 이른다)"이라며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이 피고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지연이자 약정을 인정하려면, 그 약정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를 감안하여 (원고와 피고가 맺은) 계약서의 이자약정이 이루어진 경위, 지연이자 약정에 의하여 당사자들이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러한 약정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밝혀 보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위와 같은 판단을 하는 데 필요한 사실관계 등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피고는 대여금에 대하여 '차용일부터'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