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분을 받자 경찰이 강제로 조서에 간인하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으니 처벌해 달라고 신고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대법원이 무죄라고 판결했다. 신고한 사실이 허위사실임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지 않고, 정황을 다소 과장한 것에 불과하여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1월 14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김 모(40)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920).
김씨는 2016년 11월 26일경 대전의 한 경찰서에서 A경위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게 되자, A경위에 대해 앙심을 품고 2017년 1월 4일경 이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A경위가 나를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하고 간인하는 과정에서 나의 손가락을 잡고 강제로 조서에 간인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여 불법감금을 하였으니 A경위를 조사하여 처벌해 달라"는 허위 내용의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A씨에 대한 허위 내용의 신고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신고의 주요 내용이 허위에 해당하는 점, 피고인이 신고 당시 A를 처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자신의 진정으로 인해 A가 형사처분 내지 징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A로 하여금 형사처벌 내지 징계를 받게 할 목적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무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자 김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A씨가 피고인으로 하여금 조서에 강제로 날인하게 하였다는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피고인이 첫 번째 간인을 시작한 21:53:55경부터 21:54:02경까지 약 7초 사이에 A씨가 피고인의 손등을 누르는 듯한 모습이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되고, CCTV 영상이 다소 흐릿하여 분명하지는 않지만, 당시 A가 피고인의 손등이나 손가락을 눌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결국 피의자신문조서에 간인을 다하지 아니한 채 돌아간 점,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조서에 간인을 할 당시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이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피고인은 당시 조사방식이나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 등에 상당한 불만이 있어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간인을 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A경위가 피고인의 손등이나 손가락을 눌렀다면, A경위로서는 피고인이 간인하는 것을 도와주려는 의사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담당경찰관이 간인을 강제하였다고 생각하였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불법감금 신고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되게 다음 날 다시 와서 조사를 받거나 조서에 간인하겠다고 말하였는데도 A가 조서에 간인하지 않으면 나가거나 집에 갈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A의 1심법정에서의 증언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내일 와서 찍겠다고 해서 그렇게는 안 되고, 오늘로 해서 끝나는 것이지 내일 와서 찍고 이러지는 못하며, 우리는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하였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A의 이러한 발언을 조서에 간인을 마침으로써 조사를 끝내기 전까지는 경찰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하였을 여지도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2017. 1. 4.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민원처리 담당자에게 '내일 다시 오겠다고 사정하였는데도 못 나가게 하였다'고 말한 것은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가사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피고인에게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때에 성립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설령 고소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다 할 것이고, 고소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하여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