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하였다면, 설령 그 증언거부가 정당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월 2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염 모(48)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3945)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염씨는 2017년 3월 27일 오후 7시 10분쯤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백석역 앞 길에서 최 모씨로부터 640만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필로폰 약 41.5g을 건네준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도 모두 11회에 걸쳐 필로폰을 매매한 혐의로 2017년 4월 기소됐다.

2017년 10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최씨는 2017년 11월 24일 열린 염씨의 1심 5회 공판기일과 2018년 1월 17일 열린 7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자신의 관련사건이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는 이유로 선서 및 증언을 거부했다. 이후 염씨의 1심 재판부는 2018년 2월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2018년 5월 필로폰 매매 미수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이 확정됐고, 이후 열린 염씨의 항소심 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라고 진술하며 또다시 선서 및 증언을 거부했다. 염씨의 항소심 재판부가 "최씨의 1심에서의 증언거부는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고, 이는 형사소송법 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아, 검사가 작성한 최씨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최씨에 대한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최씨의 당심에서의 증언거부는 자신의 관련사건이 확정된 후이므로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른 증언거부권은 인정되지 않고, 증언거부사유도 소명하지 않았으므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이 경우도 형사소송법 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최씨에 대한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 1심과 마찬가지로 염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도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하였다면, 설령 그 증언거부가 정당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러한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현행 형사소송법 312조 4항은 구 형사소송법이 정한 원진술자의 진정성립 인정 요건 외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 즉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될 것을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으로 추가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음을 선언하였고,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형식적 · 절차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 · 효과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을 강화하고 전문법칙의 예외사유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온 취지는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로 인정되지 않는 증언거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314조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