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던 환자가 기침을 하다가 인공호흡기 튜브가 빠져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대법원은 병원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대로 진정제를 투약하지 않은 과실을 물어 병원의 책임을 30% 인정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24일 인공호흡기 튜브가 빠져 뇌손상으로 숨진 김 모(사망 당시 10세)양의 부모가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상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7다280968)에서 피고의 책임을 3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1억 3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7년 2월 부산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원발성(특발성) 폐동맥고혈압 진단을 받고 정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아오던 김양은, 2011년 4월 2일 아버지와 함께 통영시 미륵도에 2박 3일간 외출하면서 폐혈관 확장제인 벤타비스 앰플 9개를 준비하여 갔다가 이를 모두 사용하고, 4월 4일 오후 7시 20분쯤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경남 고성군에 있는휴게소 부근에서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119구급대를 이용해 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상대병원에 도착한 김양은 중환자실에서 소아용 기관내 튜브를 삽관한 상태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김양이 기관내 튜브를 뽑으려고 하는 등 과민성을 보이자 경상대병원 의사는 필요시마다 진정제인 노큐론 2mg을 정맥 투여하도록 처방했다가, 김양의 과민성이 증가하자 노큐론 2mg을 1시간 간격으로 정맥 투여하도록 처방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는 4월 5일 오전 2시쯤 김양에게 노큐론 2mg을 1회 정맥 투여했다. 경상대병원 의료진은 김양의 입 주위에 테이프로 기관내 튜브를 붙여 고정하여 두었는데 김양이 4월 5일 오전 7시 40분쯤 기침을 하면서 인공호흡기의 기관내 튜브가 이탈, 김양의 산소포화도가 50% 이하로 떨어지고 호흡성 심정지 상태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김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데 이어 기관을 재삽관했으나 김양은 같은날 오후 2시쯤부터 동공 확대 등 저산소성 뇌손상 현상을 보였고, 두 달 뒤인 6월 4일 숨졌다. 이에 김양의 부모가 경상대병원을 상대로 1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약물로 인한 진정상태에 있는 경우에도 기침을 하거나 몸부림을 치면서 기관튜브가 이탈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병원 측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기관내 삽관과 유지시 환자의 적절한 진정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환자의 통증과 불안을 줄이고, 환자와 인공호흡기 사이의 동조를 증진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긴장과 초조, 조직 허혈을 예방함으로써 심근의 허혈을 예방하는 등 급성기 중증 환자에서 혈역학적 안정을 위해 환자의 진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조치"라고 지적하고, "피고 병원의 간호기록지와 중환자실기록지에는 피고 병원 간호사가 2011. 4. 5. 오전 2시쯤 김양에게 노큐론 2mg을 1회 정맥 투여한 이후 2011. 4. 5. 오전 7시 40분쯤까지 김양에게 1시간마다 노큐론 2mg를 투약하였다는 기재가 전혀 없는 점, 피고 병원의 투약기록지에도 2011. 4. 5. 오전 2시쯤과 오전 7시쯤 간호사가 김양에게 노큐론을 투약하였다는 기재 이외에는 (의사의) 처방대로 김양에게 1시간 간격으로 노큐론을 투약하였다는 기재가 없는 점, 의료법이나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환자 간호에 있어 투약과 처치, 간호에 관한 사항을 진료기록부나 간호기록부에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기관내 삽관과 유지 중인 김양에 대하여 적절한 진정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피고 병원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신경근차단제인 노큐론을 적절한 용량과 용법으로 투약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피고 병원 간호사는 이 처방에 따라 노큐론을 투약하지 않은 과실로 김양이 적절한 진정상태가 유지되지 않음으로써 2011. 4. 5. 오전 7시 40분쯤기침을 하면서 기관내 튜브가 이탈하여 호흡성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이 호흡성 심정지가 김양의 뇌부종,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결국 김양이 2011. 6. 4. 폐동맥 고혈압을 원인으로 한 심인성 쇼크와 이로 인한 패혈증에서 비롯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른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노큐론 투약상의 과실은 김양의 사망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김양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동안 저산소증 상태에 있었고, 피고 병원 응급실에서도 한 차례 심정지가 있은 후 혈역학적 활력징후가 충분히 안정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김양에게 다른 원인에 의한 심장기능 저하가 동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2011. 4. 5. 오전 7시 40분쯤의 호흡성 심정지가 김양의 뇌부종과 저산소성 뇌손상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기관내 삽관과 유지 중인 환자에게 신경근차단제인 노큐론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경우에도 환자에 따라서는 움직임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