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와 말다툰을 한 뒤 음주운전으로 신고를 당한 고객에게 검찰이 음주운전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고객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대리운전 기사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9월 26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19헌마674)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2019년 2월 2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 1시쯤까지 사무실 부근에서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본인 소유의 승용차로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주차 문제로 A씨와 대리운전 기사 사이에 말다툼이 발생했고, 대리운전 기사는 대화 내용 일부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음했다.
승용차를 최종적으로 주차하고 하차한 대리운전 기사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번호판등과 차폭등이 켜져 있던 A씨의 승용차 뒷부분을 촬영한 후 2회에 걸쳐 112에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A씨에 대한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59%. A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61%의 상태로 본인 소유의 승용차를 약 1m 운전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청구인(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입증할 증거로는 대리운전 기사의 진술이 유일한데 대리운전 기사가 제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가 청구인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등 청구인에 대한 나쁜 감정으로 허위 신고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대리운전 기사가 승용차의 시동을 켜 둔 채 하차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청구인이 시동을 끄기 위해 운전석에 앉았을 개연성이 있는 점, 대리운전 기사가 최종적으로 주차를 한 위치와 승용차의 방향, 대리운전 기사가 하차한 후 걸어간 방향을 감안하면 승용차의 뒷부분이 아닌 운전석 쪽 측면이나 승용차의 앞부분을 촬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차종에 따라서는 시동이 꺼진 후에도 상당 시간 동안 자동차의 번호판등이나 차폭등이 켜져 있다가 꺼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대리운전 기사가 촬영한 사진에 승용차의 번호판등과 차폭등이 켜져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시동이 걸려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녹음파일에는 청구인이 운전하였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할 만한 내용이 없는 점, 청구인이 주차된 승용차를 1m 운전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대리운전 기사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청구인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음주운전의 증거로서 음주운전하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신고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신고자가 신고를 하게 된 경위, 신고자와 피신고자의 관계나 감정상태, 신고 내용이 객관적인 주변 상황과 합치되는지 여부, 피신고자에게 음주운전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서, 여러 정황에 비추어 신고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