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서 만들거나 수입한 멸균장갑과 밴드, 거즈 등의 의약외품의 포장을 뜯어 재포장한 후 새로 제조한 것처럼 명칭과 유효기간을 임의로 기재해 판매한 경우도 미신고 의약외품의 제조 · 판매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9월 9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난대비제품개발 · 판매업체인 N사 대표 임 모(48)씨와 N사에 대한 재상고심(2019도9078)에서 임씨와 N사의 상고를 기각,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 · 판매 혐의도 유죄라며 임씨에게 징역 2월에 집행유예 1년, N사에 벌금 500만원을 추가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조업 신고를 하지 않고 2009년 4월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N사 사업장에서 다른 의약외품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제조 내지 수입한 멸균장갑 1쌍씩의 포장을 개봉한 후, 이 장갑 5쌍씩을 N사 사업장에서 별도로 제작한 단상자(구급함용 박스)에 넣어 새롭게 포장하고, 다시 이를 N사 사업장에서 별도로 제작한 응급키트에 넣어 마치 N사 사업장에서 제조한 것처럼 명칭, 사용상의 주의사항, 유효기한 등을 임의로 기재하는 방법으로 멸균장갑을 제조하고, 단가 671원에 36개를 거래업체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이런 방법으로 2009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멸균장갑과 멸균밴드, 멸균거즈 등 1억 2800여만원 상당의 의약외품 23개 품목을 제조한 후 항공사, 도매업체, 소비자 등에게 판매한 혐의(미신고 의약외품 제조와 판매)로 기소됐다. 또 면봉이나 붕대, 밴드 등의 명칭과 규격, 제조국, 유효기간 등을 거짓 기재하고, 거짓이나 오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 기재된 의약외품 974개를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N사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모두 유죄를 인정, 임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N사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타사 제조 또는 수입 의약외품의 재포장 행위를 제조로 볼 수 없다며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 및 판매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임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N사에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사가 무죄 부분에 대해 상고해 열린 대법원 재판에서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고인 회사를 제조업체로 오인하거나 원래의 제품과의 동일성을 상실하여 별개의 제품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재포장행위는 의약외품 제조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되었고, 파기환송심을 맡은 수원지법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유죄 판결했다.
수원지법 재판부는 "일부 제품의 경우에는 멸균제품이 아니고 그 제조업체가 정부인증 우수의약품 적격업체가 아님에도 이를 표시하거나 콘택트렌즈 세정용 제품을 상처소독용 제품으로 표시하는 등 원래 제품의 용도, 품질, 유효기간, 제품명 등을 허위로 기재하였고, 피고인 회사의 작업장 등의 상태에 비추어 봉함된 포장을 뜯거나 개별 포장도 되지 않은 제품의 포장 단계에서 감염 등으로 인하여 원래 제품의 성상 등의 변질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고인 회사를 제조업체로 오인하거나 원래의 제품과의 동일성을 상실하여 별개의 제품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재포장행위는 의약외품 제조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며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와 판매 혐의를 유죄로 판단, 임씨에겐 징역 2월에 집행유예 1년을, N사에겐 벌금 500만원을 추가로 선고했다.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 · 판매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임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N사는 벌금 1000만원의 형이 이미 확정됐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약사법상 의약외품 제조행위 및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