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직원들 명의로 후원금을 낸 전 한전KDN 대표에게 정치자금법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5월 30일 직원 205명 명의로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1816만원을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김병일(63) 전 한전KDN 대표에 대한 상고심(2019도1154)에서 김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대표는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2년 11월 국가기관 등 공공기관 발주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 제한을 강화하고,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대하여는 발주 참여를 금지하는 내용(기존에는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만 존재) 등을 담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여 국회에 제출하자, 대표이사 직속으로 TF를 만들어 개정발의 협조 요청을 하기로 하는 한편 2012년 12월 직원 128명 명의로 전 전 의원의 후원회 계좌로 1280만원을 보내고, 이후 한전KDN이 원하는 '공공기관 제외' 규정이 포함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다시 발의되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즉시 통과되지 못하고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원회로 회부되자 다시 직원 77명 명의로 전 전 의원의 후원회 계좌로 536만원을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한전KDN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전KDN이 대기업이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게 되어 한전KDN의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가 금지되고, 이에 따라 한전KDN 고유 목적사업의 실질적 수행이 불가능해져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자, 이러한 내용의 법 개정을 막기 위해 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개정안은 2013년 12월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사업참여 제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수정가결되어 공포되었다.
김 전 대표는 "후원금 기부는 나의 관여 없이 TF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여 실행한 것이었고, 경영현안회의에서 후원금 기부 안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이를 승인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전KDN의 사장으로서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전 전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였다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치자금법 32조 3호는 "누구든지 '공무원이 담당 · 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법 45조 2항 5호는 "32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