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땅에 인접한 도로를 20년간 점유했더라도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통행로로 사용되었을 뿐이고, 점유자 외에 누구라도 자유로이 다닐 수 있었기 때문.
대구지법 김은구 판사는 5월 23일 A씨가 "대구 수성구의 도로 95.2㎡ 중 1/6 지분에 관하여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단15700)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구 수성구의 대지 108.4㎡를 2003년 4월에 산 A씨는 이 대지 위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 건물을 짓고, 2003년 9월 2일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나, 이 대지에 붙은 도로 95.2㎡ 중 1/6 지분에 대해 소유자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는 이에 앞서 1975년 4월 위 대지 108.4㎡와 도로 95.2㎡ 중 1/6 지분을 사서 소유이전등기를 마쳤으며, 대지 108.4㎡는 이후 1976. 6. 1. B씨에서 박 모씨로, 1990. 10. 22. 배 모씨를 거쳐 2003. 4. 30. A씨에게 순차로 매매를 통해 소유권이 넘어갔다.
A씨의 주장은 박씨가 1976. 5. 31. B씨로부터 대지 108.4㎡를 매수하면서 도로도 인도받아 점유하기 시작했고, 이후 배씨가 박씨를 승계해 도로를 계속 점유, 20년이 지난 1996. 6. 1.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 따라서 배씨의 점유를 승계한 자신에게 B씨가 점유취득시효 완성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라는 주장이다.
김 판사는 먼저 "물건의 점유란 사회관념에 비추어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말한다"며 "반드시 대상물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 91다38266 판결 등)"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어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한 박씨가 매매 목적물에 도로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하나,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도로는 통행로로 사용되었을 뿐이며, 반드시 토지를 사실적 지배하고 있어야 지나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도로는 다른 대지와도 맞붙어 있고,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채 큰길과 연결되었으므로 대지 소유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대지 소유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배제하고 이 사건 도로를 오로지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박, 배씨가 이 사건 도로를 20년 이상 점유해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