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프 가장자리에 서 있던 스키어와 뒤에서 내려오던 다른 스키어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 있던 스키어의 책임은 얼마나 될까.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인택 부장판사)는 4월 4일 슬로프 가장자리에 서 있다가 다친 김 모(사고 당시 28세)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김씨와 충돌한 류 모씨의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72430)에서 김씨의 책임을 30% 인정하고, "현대해상은 김씨에게 보험가입금액 한도인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류씨는 2016년 2월 21일 오후 3시 51분쯤 경기 이천시에 있는 리조트 내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가 슬로프 가장자리에 서 있던 김씨를 피하지 못하고 김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왼쪽 전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등의 상해를 입은 김씨가 류씨의 보험사인 현대해상을 상대로 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류씨는 당시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현대해상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상태였는데, 이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가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우연한 사고에 따라 피해자의 신체에 장해를 입혀 피보험자가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1억원 한도 내에서 보상하게 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류씨는 스키를 타고 내려오면서 전방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스키를 타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하여 원고에게 상해를 입게 하는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원고가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스키와 같은 스포츠의 경우 충돌 등으로 인한 위험이 수반되기 마련이고, 원고로서도 슬로프에서 정지하고 있을 경우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과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슬로프를 잘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며 류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해 일실이익을 산정, 김씨가 사고로 입은 손해를 1억 5300여만원으로 계산한 뒤, 현대해상은 이중 보험가입금액 한도인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