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근로자가 해고무효소송을 냈으나 패소해 판결이 확정되었는데도 회사 앞에서 '부당해고'라는 현수막을 게시한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월 2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양 모(72)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162)에서 양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씨는 이 모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에 있는 택시회사인 A교통에서 택시기사로 근무하다가 2014년 4월 '교통사고 처리 회피와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에 서울북부지법에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을 냈으나 2016년 3월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양씨는 그러나 판결 확정에도 불구하고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도봉구청과 A교통 앞에서 "택시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A교통 대표의 부가세 감면분 착복, 부당해고 규탄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현수막과 "부당해고 자행하는 A교통 규탄한다"라는 내용을 기재한 피켓을 게시하고, 수시로 마이크를 이용하여 해당 문구를 낭독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과 2심에서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2년 등의 형이 선고되자 상고했다.
양씨는 재판에서 "현수막에 기재한 '부당해고'는 피고인에 대한 해고에 관한 피고인의 의견 표현에 불과하므로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사실의 적시가 아니고, 설령 사실의 적시라 하더라도, 허위의 인식이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2014. 4. 25. 해고된 이후, 2014. 8. 8.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하여 기각 판정을 받은 사실, 2016. 3. 16.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해고무효확인 등의 소에서 기각 판결을 받은 사실이 각 인정되고, 따라서 피고인이 '부당해고'라고 기재한 내용은 허위의 사실이라 할 것이며, 위 구제신청과 민사소송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를 인지하고 있는 피고인은 위 기재가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