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자가 주소를 옮기고도 보험사에 변경된 주소를 알리지 않아 보험사의 보험료 미납에 따른 해지 통지를 받지 못했더라도 보험사는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것이다.
의정부지법 윤도근 판사는 5월 2일 롯데손해보험이 "보험계약이 해지되었다"며 고 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소송(2018가단10278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소명이 롯데손해보험을, 고씨는 법무법인 산하가 대리했다.
고씨는 2012년 7월 12일과 24일 롯데손해보험과 2건의 무배당 건강보험 계약을 차례로 체결하고, 계약 체결 당일 각각 초회 보험료 206,360원과 190,000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고씨의 농협계좌에 예금 잔고가 부족하여 보험료 2, 3회치분이 연이어 납부되지 않자, 롯데손보는 9월 18일경 고씨가 보험계약 체결 후 자신의 변경된 주소(등록주소)로 알린 주소로 보험료납입을 독촉하는 보통우편을 보냈다. 고씨는 9월 24일 8월분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러나 9월분 보험료는 내지 않았다. 이에 롯데손보가 고씨의 등록주소로 재차 보험료납입을 독촉하는 보통우편을 보냈으나, 고씨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고, 롯데손보는 다시 약 한 달 후인 11월 7일 고씨의 등록주소로 보험료 납입 최고와 계약해지 안내문(실효 안내장)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했으나, 5일 후인 같은달 12일 반송되었다.
한편 고씨는 2012년 8월 28일 등록주소에서 다른 주소로 전입신고 했으나 이를 롯데손보에 알리지 않았다.
그후 약 5년이 지난 2017년 10월경 고씨가 '(1년 전인) 2016년 8월 사무실 집기를 옮기던 중 곤돌라에서 추락하여 압박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롯데손보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자 롯데손보는 "고씨가 보험료 납입을 수차례 최고하였음에도 연체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고, 이에 2012. 11. 7. 피고의 등록주소로 실효 안내장을 발송하였으나, 피고가 주소지 변경을 알리지 않아 실효 안내장이 반송되었는데, 보험약관에 따라 일반적으로 도달에 필요한 기간이 지난 때에 도달 간주되어 보험계약은 해지되었다"며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소송을 냈다. 고씨가 롯데손보와 맺은 보험약관 30조 2항은 '계약자가 주소 변경을 알리지 않은 경우 계약자가 회사에 알린 최종의 주소로 등기우편 방법에 의해 계약자에게 회사가 알린 사항은 일반적으로 도달이 필요한 기간이 지난 때에 계약자에게 도달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씨는 재판에서 "이 약관 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임에도 원고가 그 내용을 명시하거나 설명하지 않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최고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고 보험계약의 해지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판사는 먼저 "원고의 보험모집인 정 모씨는 2012. 7. 12.과 같은달 24. 피고에게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하면서 피고에게 계약의 해지 등 보험계약 관련 유의할 사항을 설명한 사실, 피고는 정씨로부터 받은 상품설명서 중 부동문자로 인쇄된 '계약의 해지와 무효, 해지환급금, 공시이율, 자동 갱신되는 계약조건, 유배당 등 보험계약 관련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란의 확인란 □에 수기로 '√' 표시를 하였고, 보험계약자 확인사항 란의 '상품설명서 본문 및 (보험약관: )에 보다 자세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세부 설명 자료를 상세히 확인하신 후 계약하시기 바랍니다'의 공란에 수기로 '보험약관'을 적어 넣고, 보험 상품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는 취지의 부동문구가 기재된 상품설명서에 자필 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는 보험계약 체결을 전후하여 피고에게 이 약관 조항을 명시 · 설명하였다고 봄이 옳다"고 밝혔다.
윤 판사는 이어 "피고가 2012. 8. 28. 종전 등록주소에서 구리시 벌말로로 전입신고 하였음에도 원고에게 이를 알리거나, 원고가 피고의 변경 주소를 알았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피고의 변경된 주소 등 소재를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약관 30조 2항에 따라 원고가 2012. 11. 7. 피고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낸 실효 안내장은 일반적으로 도달에 필요한 기간이 지난 때, 즉 적어도 실효 안내장이 반송된 2012. 11. 12.경 피고에게 도달하였다고 봄이 옳다"고 판시했다.
윤 판사는 따라서 "보험계약은 원고의 2012. 11. 7.자 해지통고로 인하여 해지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보험금 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고, 피고가 이를 다투면서 원고의 보험금 지금을 구하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