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이나 새로 법률회사를 세워 성공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성 법률회사들이 이미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데다 법적 도움이 필요한 의뢰인에 대한 법률서비스 제공을 핵심으로 하는 법률사업은 광범위한 소비자를 겨냥한 보통의 비즈니스와는 또 다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의 비즈니스라고 해서 성공이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법률도 하나의 비즈니스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커다란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로펌이 있다. 한국에도 진출해 2015년 서울사무소를 개설한 지 3년 만에 매출 기준 '톱 2'의 위상을 꿰찬 미국 로펌 코브레&김(Kobre & Kim)이 그 주인공으로, 이 로펌은 두 명의 공동설립자 중 한 명이 한국계 미국변호사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걸타임즈가 최근 서울을 찾은 코브레&김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변호사인 김상윤(Michael S. Kim)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2003년 5월 설립된 코브레&김은 2017년 1억 5,020만 달러 즉, 우리 돈으로 1,7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2년 연속 매출 기준 '미국 200대 로펌(Am Law 200)'에 진입했으며, 서울사무소 매출도 2017년에 100억원을 돌파했다. 수많은 한국계 미국변호사 중 가장 성공한 변호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법률 비즈니스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탁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코브레&김의 빠른 성장이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화제입니다.
2016년 'Am Law 200' 첫 진입
"Am Law 200에 처음 진입한 것은 2016년이고, 2017년에 매출액이 2016년 대비 49% 증가하며 또 한 번 Am Law 200으로 선정되었는데, 이 해에 서울사무소도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매출과 순익 증대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총 매출보다도 지분파트너 1인당 순익(PPP), 변호사 1인당 매출(RPL) 등의 지표를 더 중시합니다. 2017년의 경우 PPP는 248만 9,000달러, RPL은 163만 3,000달러로, RPL은 미국 로펌 전체에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로펌의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에서 RPL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예컨대 도요타에서 직원 10명이 도요타 자동차 1대를 만들다가 같은 시간에 직원 5명이 1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더 효율적인 비즈니스이겠지요."
-코브레&김이 이처럼 성장이 빠르고, 시장에서 강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코브레&김은 식당에 비유하면, 예컨대 간장게장이면 간장게장, 김치찌개면 김치찌개 하나만 전문적으로 파는 전문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로펌들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어떤 사건을 수행하고, 계속해서 그 클라이언트를 위해 다른 사건도 하고 그 다음에 규칙적으로 아웃사이드 카운슬(Counsel)의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우리 모델은 특별히 우리가 전문적으로 하는 일 그것만 하고, 같은 클라이언트에게 반복해서 계속 서비스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클라이언트를 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면 우리가 서비스를 하고, 그 클라이언트의 다른 소송이라든가 다른 모든 서비스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필요하면 다른 로펌 또는 클라이언트 쪽에서 스페셜 프로젝트 또는 특정 리티게이션(litigation)만 하러 들어와라 그렇게 초대를 받아 들어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점에서는 다른 로펌들하고 일하기가 좀 쉬워요. 우리는 어떤 클라이언트에게 리티게이션 등 필요한 거 다 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모델이 아닙니다.
다른 로펌들은 특정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인데, 그러면 분야에 따라서는 보다 전문적으로 집중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코브레&김 하면 소송과 미 연방검찰이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의 조사에 대한 대응과 변호, 이런 업무를 국제적으로 수행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사기(fraud)나 부정행위(misconduct)에 관련된 사건을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풀 서비스 펌 아니야"
"그렇습니다. 우리는 풀 서비스 펌이 아니고, 소송과 조사 관련 사건 중에서도 사기 사건이나 사기가 아니더라도 법을 위반한 미스컨덕트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룹니다. 또 우리가 하는 사건은 대부분이 국제사건입니다."
-연방검사 출신의 두 공동설립자인 김상윤, 코브레(Steven G. Kobre) 변호사 두 분이 검사 시절 다뤘던 업무가 이런 업무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격과 방어의 역할이 바뀌었지만 검찰에 있을 때 수행했던 업무의 연장이라고 보면 되나요.
"2003년 5월 코브레&김을 시작했을 때 그때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criminal defence, 형사사건 변호만 했어요. 우리 둘밖에 없었으니까 다양하게 사기나 미스컨덕트 사건을 수행할 수 없었고, 그 다음에 asset forfeiture라고 형사사건에서의 자산몰수에 관련된 일을 했어요. 그 일도 우리가 검사로 있을 때 했던 일이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사기나 미스컨덕트에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간장게장 집에 가보면 보통의 간장게장이 있고 좀 더 맵게 맛을 낸 것 등 맛(flavour)이 다 다르잖아요. 우리도 같은 사기, 미스컨덕트 사건이지만 그 안에 상품이 다양하게 많이 있는 거죠. 물론 다 사기, 미스컨덕트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같은 연방검사 출신인 코브레 변호사와 함께 검찰을 떠나 법률회사를 설립했는데, 뉴욕남부지검에서 동료 검사로 근무하면서 서로 알게 된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나이는 코브레가 두 살 위인데, 연방검사 임용은 제가 1년 빨랐어요. 맨해튼을 관할하는 뉴욕남부지검에서 같이 근무했는데, 특히 한 증권사기 사건을 함께 다루면서 가까워졌습니다. 이 사건은 나중에 'The Boiler Room'이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어요.
'The Boiler Room'이란 영화로 제작
사기꾼들이 보통의 증권회사와 똑같이 회사를 차려 놓고 정부의 허가도 받아 증권거래를 중개했는데, 거기서 프로모션하는 회사들이 다 가짜 회사들 아니면 이 사기꾼들이 주인인 회사들이었어요. 투자자들에게 전화로 주가가 올라간다며 투자를 권유해 주식을 사게 했는데, 주가가 왜 올라갔냐면 이 사기꾼들이 주가가 올라가게 한 거죠. 이런 식으로 주식을 판 다음엔 주가가 그냥 떨어지게 놔두고 그 다음에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해 또 팔고 이런 식의 사기행위가 계속되었는데, 1990년대에 미국에 이런 유형의 증권사기가 많았어요. 코브레하고 이 사건의 재판을 함께 수행하면서 이러한 사건의 속편이 많을 텐데 우리가 로펌을 만들어 변호하고, 법률회사를 성공시켜보자 그렇게 의기투합해 코브레&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코브레와 함께 일하면서 보니까 저하고 일하는 스타일도 비슷하고, 변호사 사무실 운영에 관한 철학이나 윤리의식도 비슷하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었거든요."
-한국에선 고위직 판, 검사 출신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 때문에 3년 정도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다가 합류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판, 검사 출신은 대형 로펌 근무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코브레&김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뉴욕의 연방검찰청에서 근무하다가 나오면 대개 대형 로펌의 파트너로 들어가든가 또는 대기업의 법무팀장으로 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어요. 우리처럼 연방검사로 근무하다가 나와 새로 로펌을 여는 경우는 많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로펌을 하나 만들고 싶어 용기를 냈는데 매우 드문 경우였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굉장히 놀라는 분위기였고, 실수하는 거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서 쌓은 경력을 다 버리는 거하고 똑같다, 이렇게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미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찰을 나와 곧바로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를 여는 것은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다만, 2008년 리먼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대형 로펌에 계신 분들이 나와서 작은 로펌들을 많이 차린 적이 있고, 요즘은 법률사무소를 차리는 친구들이 꽤 있긴 한데, 우리가 코브레&김을 시작했던 2003년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매우 예외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엔 반응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코브레&김에게도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큰 도움이 됐죠. 금융위기가 터져 투자은행 등을 상대로 갖가지 소송이 꼬리를 물며 제기되었는데, 월가의 대형 로펌들이 이들 투자은행 등과 고객관계로 연결되어 있어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s) 때문에 사건을 맡을 수 없게 되자 당사자를 반복해서 대리하지 않는 컨플릭트 프리(Conflict-Free) 정책을 채택해 이러한 위험이 없고, 높은 전문성을 갖춘 코브레&김에게 사건을 넘겨주면서 많은 사건을 수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코브레 아파트 주방에서 시작
-처음에 5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별도의 사무실도 없이 뉴욕에 있는 코브레 변호사 아파트의 주방에서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아파트는 비좁아서 주방 쪽에 여유 공간이 있는 코브레 아파트에서 집에서 쓰던 컴퓨터 두 대를 놓고, 코브레 집 전화번호를 사무실 전화번호로 같이 쓰며 제가 코브레 집으로 출퇴근하며 로펌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 코브레에게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이 있었는데, 코브레 부인이 주검사로 일을 하고 있어서 우리 둘이 아이를 보며 일을 했습니다. 누가 전화를 걸어와 코브레가 받으면 뒤에서 애 우는 소리도 나고, 너무 민망해서 제가 아이를 데리고 다른 방에 가 있고 그런 식으로 6개월을 코브레 아파트를 사무실 삼아 일했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70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34살 때 코브레&김을 창업해 14년 만에 '미 200대 로펌', 변호사 1명당 매출 4위라는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패기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34세에 창업
"코브레&김을 시작할 때 30대 초반이었는데, 그 나이에 뭐가 두려워서 안 한다는 거는 이해가 잘 안 되었어요. 왜냐하면 그 나이에선 아무리 잘못해도 고칠 수 있을 거 아니겠어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다음엔 책임감도 있고, 그러면 실수할까봐 걱정할 수도 있는데, 30대 초반에 잘못이 있다고 해도 뭐든 못 고치겠어요. 코브레와 제가 16년 전 로펌을 시작할 때 우리 둘이 맹세한 게 있어요. 설령 우리가 2년간 단 한 명의 클라이언트도 확보하지 못하고, 우리가 투자한 돈을 다 소비해 개인파산의 지경에 이르더라도 서로에게 안 좋은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말고 친구로서 헤어지자 이렇게 말이죠.
'친구로서 헤어지자'
변호사들이 보수적이라고 하잖아요. 예컨대 기업에서 경영진에게 어떤 제안을 하면 경영진에선 '혹시 이것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은 없나'라고 되묻고, '아무도 안 한다. 우리가 처음일 거다' 그러면 모두들 환호하며 투자해보자 그럴 거예요. 그런데 법률은 그 반대인 거 같아요. 변호사에게 똑같은 제안을 하고 '아무도 안 하고 있다'고 하면 그 변호사는 오히려 실패할까 걱정하고 많은 변호사들이 그것을 하고 있어야 비로소 안심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그런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극단적인 비유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해선 사업의 성공이 어렵죠. 저희는 대형 로펌의 파트너나 커다란 금융기관의 법무팀장 자리를 버리고 과감하게 시장으로 나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에 나선 겁니다."
-코브레&김은 특히 처음부터 법률회사를 보통의 사업체처럼 경영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법률서비스의 제공이 사업의 본질인 법률회사도 일반 기업체처럼 운영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사업으로 접근했습니다. 2003년에 코브레&김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법률시장을 보니까 대형 로펌도 많고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도 많은데, 기존 로펌들의 공통점이 모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그런 상품만 팔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패드처럼 시장에서 크게 히트 친 상품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판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서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그러면 소비자가 '왜 이런 상품을 몰랐지' 하면서 수요가 몰리는 그런 상품들이잖아요. 저희는 우리도 이런 모델로 리걸 인더스트리에 한 번 등장을 해보자, 성공을 해보자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법률회사를 시작하는 변호사들을 보면 거의가 자신이 훌륭한 변호사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찾아와서 변호사로 선임하고, 밑에 있는 변호사들이 서포트 해준다 이런 식으로 선전을 하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코브레하고 제가 뛰어난 변호사인지 아닌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변호사다 그런 메시지는 아예 없고 클라이언트 쪽에 무슨 문제가 있고 지금 법률시장에서 그 문제를 진짜 100% 풀어주는 상품이 있는가, 아니면 그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상품을 만들어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가 그런 모델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프랙티스가 아니라 프로덕트 생산
-그래서 그런지 코브레&김에선 리걸 프랙티스(practices)를 하는 게 아니라 리걸 프로덕트(products), 상품을 만들어 판다는 표현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브레&김에도 아주 훌륭하고 능력 있는 변호사들이 많지만 우리는 클라이언트들이 그 변호사들을 보고 우리 법률회사에 사건을 맡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브레&김에서 전문적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상품을 사고 싶어 우리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로펌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경영한다고 했는데, 말은 쉽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상품 기획 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먼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코브레&김을 준비할 때 저희들이 법률가 경력도 얼마 안 되고 로펌 운영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도 열심히 찾아 읽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김 변호사는 미국 로펌 Davis Polk에서 변호사로 3년, 연방검사로 5년 근무한 후 코브레&김을 설립했다).
변호사 3년, 연방검사 5년 후 설립
그때 제가 읽은 것 중에 아주 인상적인 게 있는데, 2000년인가에 나온 Altman Weil이라는 컨설팅펌에서 미국의 변호사와 클라이언트들을 상대로 서베이한 내용입니다.
Altman Weil에선 먼저 클라이언트들에게 그들이 자문을 받고 있는 변호사들의 전문성,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피라미드에 점을 찍어 표시해달라고 요청했어요. 피라미드 제일 위는 의뢰인이 보기에 이 사안은 가치가 너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너무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에 아주 특별히 그 일에 전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선임료(legal fee)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최고의 변호사를 의미해요. 이런 위치에 있는 변호사, 로펌은 많지 않고, 선임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선임료도 최고로 받을 수 있죠. 부르는 게 값이에요.
반면 피라미드의 제일 아래는 변호사도 많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냥 가격을 비교해 변호사를 결정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보면 로 마진(low margin)의 시장입니다. 이 부근은 변호사들의 서비스 수준이 다 비슷하니까요. 의사로 비유하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큰 수술을 의미하고, 반대로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는 평소에 자주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는 간단한 처치 등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변호사에게도 똑같이 질문
Altman Weil에선 이번엔 똑같은 질문을 해당 변호사에게 했어요. 당신 생각에 클라이언트가 귀하를 평가할 때 피라미드의 어디에다 점을 찍을 거 같냐며 마찬가지로 점을 찍어보라고 요청했어요.
변호사와 클라이언트가 점을 찍은 결과 두 가지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어요. 첫째는 클라이언트가 찍은 점의 위치가 항상 변호사가 찍은 점보다 피라미드에서 훨씬 낮게 나온 거예요. 변호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아니면 그 바로 밑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곳에 점을 찍었는데, 클라이언트는 '그 변호사는 중간이다. 아니면 그 아래다' 이렇게 피라미드에 점을 찍은 거예요. 클라이언트의 평가가 변호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낮게 나왔다는 겁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느냐, 법률서비스의 판매자인 변호사가 보기에는 소비자(클라이언트)가 자기 상품을 아주 귀한 거라고, 고급상품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소비자한테 물어보니까 그 소비자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 그 소비자가 어느 정도 값(선임료)을 치를 마음이 있는가 그것을 따져 봐도 고급상품으로 생각해 많은 돈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변호사들은 어느 로스쿨 나왔다, 어느 판사 밑에서 로클럭을 했다, 그런 거만 생각하면서 또는 어떤 대형 명문 로펌에서 일 하고 있다 이런 거만 생각하면서,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본인의 생각에는 자신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피라미드의 위에 있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소비자는 그런 거에는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소비자는 자신의 사건, 고민을 그 변호사가 얼마나 잘 풀어줄 수 있는가 이것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극단적인 비유일지 모르지만, 애플의 아이폰이든 삼성의 휴대폰이든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쓰기 쉬운가, 하고 싶은 기능이 다 있는가 이런 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 휴대폰을 만든 사람이 서울대학을 나왔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랑 비슷한 거잖아요. 소비자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인데.
몇 년 후 똑같은 서베이
두 번째는 똑같은 서베이를 몇 년 후에 또 해보았는데, 이 전에 했을 때의 결과와 비교해 보았더니 클라이언트가 찍은 점이나 변호사가 찍은 점이나 모두 피라미드에서의 위치가 밑으로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특별히 전문적으로 하던 일도 점점 코모디티(commodity), 범용재로 떨어지고 있다는 거죠."
-아주 재미있는 조사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코브레&김에선 그래서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진출했나요?
"변호사들이 파는 상품은 자기 자신이에요. 변호사 자신이 상품입니다. 어떤 변호사든 경험이 쌓이면서 마흔 몇, 50살 정도가 되었을 때 제일 값이 올라갈 수 있는데, 그래 보았자 그 후에는 값이 계속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클라이언트가 보기에는 그래요.
대부분의 소규모 로펌의 성장경로를 따라가 보면, 초기엔 사건이 늘며 변호사 수도 늘어 10~20명까지 커지고 설립자가 지칠 때까지 그 설립자의 역량에 집중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가 다른 경쟁 로펌들이 또 등장하게 되죠.
하지만 코브레와 저는 이런 모델을 카피(copy)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코브레&김을 시작하면서 비즈니스로 추구한 것이 무엇이냐 하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 그 다음에는 클라이언트 쪽에서 지금 마켓에서 사기 어려운 거, 또 상품을 보면 '아 내가 원했던 상품이다' 그러면서 기꺼이 살 수 있는 이런 거를 만들어 내놓자 이렇게 철저하게 상품에 집중했어요.
아이폰이 나오기 전만 해도 사람들은 폰 파일럿과 컴퓨터 기능이 없는 핸드폰을 불편하지만 그냥 사용했는데, 스티브 잡스가 이것을 하나의 디바이스에 구현해 내놓으니까 그때 비로소 '아 내가 진짜 원하던 거다'라고 하면서 지금은 누구나 구입해 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법률시장에서도 이렇게 해보자, 이런 상품을 만들어 팔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변호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클라이언트로부터 수임료를 깎아달라는 요구를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 이것도 피라미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변호사들이 클라이언트가 가격을 디스카운트해달라고 하면 할 수 없이 값을 깎아주고 그러는데, 디스카운트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 시그널을 보내는 겁니다. 그 변호사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디스카운트 자체가 시장의 시그널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임료 디스카운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 관한 문제입니다. 기업에선 보통 상품이 할인되어 팔리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이 제 값을 내고는 안 산다 그러면 계속해서 이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여러 측면을 고려하고 대책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할 수 없이 값을 깎아주면서도 이에 대해 생각을 깊이 안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변호사가 디스카운트를 해주는 이유가 뭘까요? 다른 클라이언트가 충분히 많지 않기 때문에 해주는 거 아닌가요? 그 값을 낼 클라이언트가 충분히 있다면 값을 깎아주지 않아도 되겠죠. 디스카운트를 해 준다는 것은 프리(free) 마켓에서 무슨 의미냐 하면, 변호사가 부르는 가격보다 훨씬 더 싸게 팔리는 상품에다 너무 높은 가격을 매겨 팔았다는 거예요. 코브레&김에선 물론 이런 정책을 지양합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정확하게 가격을 얘기하고 그 가격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상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코브레&김은 2015년 8월에 서울사무소를 열었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서울에 사무소를 열기 전에 여러 곳에서 오피스를 열어 봤잖아요. 서울사무소를 열기 전에 한국 마켓에 대해 공부를 해 보았어요. 좀 특이한 게 많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님들이 퀄리티가 되게 높아요. 클라이언트 위주로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도 많고 일찌감치 국제화가 진척되어 외국에 가서 교육받은 분들도 많고 그 다음에 전문성이나 너무너무 일을 잘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시장이 프로듀서(producer)들의 퀄리티는 되게 좋은데 프라이싱이 낮은 거 같아요. 퀄리티에 비해 프라이싱이 낮은 거 같아요. 어떤 점에서 한국의 의뢰인들이 법률서비스 이용과 관련해서 좀 좋은 딜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아주 훌륭한 변호사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살 수 있으니까요."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시장에 비해 변호사가 너무 많기 때문인가요?
"제 생각에는 똑같은 상품을 파는 데가 너무 많아요. 상품에 대한 수요, 소비자의 수요는 일정 수준인데, 수요보다 그것을 팔려고 하는 공급이 훨씬 더 많은 거지요. 그러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디스카운트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코브레&김에선 프랙티스를 하는 게 아니라 상품을 만들어 판다고 했는데, 현재 취급하는, 판매하는 상품은 몇 개나 되나요?
"20개까지는 안 되고 열 몇 가지 됩니다. 우리가 미국은 물론 런던, 홍콩과 상해, 서울, 텔아비브 등 모두 11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시카고에 2개의 조사 및 소송지원센터(Investigation & Trial Support Center)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취급하는 상품과 함께 나라마다 그 나라 시장에 맞는 각각의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삼성이나 애플의 상품처럼 우리가 제공하는 상품마다 코드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어요. 상품 이름도 있고, 개개의 상품의 마진율도 계속해서 분석하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진이 점점 작아지면 이 상품이 앞에서 소개한 피라미드 구조의 밑으로 내려가고 있구나, 이 상품은 이제 그만 하고 다른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제시해야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상품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다른 로펌은 우리 상품의 distributor"
왜냐하면 우리가 취급하는 상품이 점점 피라미드 밑으로 내려가면 다른 로펌들하고 경쟁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다른 로펌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우리 상품의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라고 생각해요. 대형 로펌들이 우리한테 사건을 많이 소개해 주는데, 다른 로펌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닙니다. 상품의 마진이 내려간다는 것은 클라이언트 쪽에서 보기에는 이 상품은 코브레&김뿐만 아니라 많은 로펌에서 파는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얘기고, 그러면 우리가 다른 로펌들과 경쟁을 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우리는 그 시장을 떠나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가지고 클라이언트들한테 제시해야겠지요."
-마진을 중시한다는 말로 들리는데, 코브레&김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마진율은 얼마나 되나요?
마진율 40%대
"현재 마진율 40%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마진이 왜 중요하냐면, 마진이 높으면 그 비즈니스가 매우 특화된 상품이고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이자 소비자가 보기에 아주 가치 있는 상품이라고 시그널을 보내는 거죠.
로펌들 중에 변호사가 더 왔다, 규모가 더 커졌다 그런 선전을 하고 자랑하는 로펌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런 것이 목표가 아니고 마진을 키우는 것을 중시합니다. 결국 끝에 가서는 클라이언트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제일 중요하고, 클라이언트가 그냥 말로 하는 것보다 로펌이 내놓은 상품에 얼마의 가격을 쳐줄 거냐 그래서 진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인가 아닌가 이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코브레&김이 취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품을 꼽으면 어떤 게 있을까요?
ISD 판정 집행 독보적
"그리 오래된 상품은 아닌데 투자자중재(ISD)에서 승소 중재판정을 받았으나 패소한 나라에서 판정대로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을 때 의뢰인을 위해 그 나라를 상대로 국제적으로 집행해주는 상품이 있습니다. 우리가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International Judgement Enfor cement' 즉, 국제중재 · 국제판결에 대한 집행서비스 중의 하나인데, ISD 집행에서도 코브레&김이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코브레&김이 수행해 ISD 판정대로 100% 집행에 성공한 케이스도 여럿 있습니다.
물론 집행이 문제되는 나라들은 대개 재산을 다 숨겨 놓고 있고, 재산에 대해 러시아나 중국 등과 거래를 하고 있어서 이들 나라의 재산을 찾아 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남미나 아프리카의 나라 중에 ISD에 패소해도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이 상품을 미국의 오일 컴퍼니들이 많이 샀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하는 로펌이나 나라를 상대로 집행을 해 본 로펌이 많지 않아 코브레&김의 이 상품이 잘 되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20억 달러 즉, 한국 돈으로 2조원이 넘는 ISD의 집행을 성공시켰는데, 미국의 에너지회사인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가 의뢰인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배들이 어떤 조그만 섬에 모여 기름을 싣는 것을 우리 조사원들이 확인하고, 그 배들이 모였을 때 압류해 집행에 성공했습니다. 배와 기름이 모두 베네수엘라 것이었고, 그 섬이 네덜란드령이어서 압류가 가능했죠. 이후 네덜란드 법원에서 집행 절차를 진행했는데, 우리가 그 배들에서 확보한 석유를 집행했을 때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이 90% 가량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베네수엘라 상대 20억$ 집행 성공
이 외에도 P&ID를 대리해 ISD 사상 가장 큰 규모인 나이지리아 정부에 대한 90억 달러짜리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을 수행하고 있고, 코노코필립스와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87억 달러짜리 또 다른 ISD 판정 집행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ISD 판정 집행의 경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그 나라의 재산을 추적해 집행을 시도하지만, 예컨대 다른 나라에 있는 대사관 부지 등은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가 인정되어 압류나 집행을 할 수 없어요. 그 대신 이러한 나라들에선 외교관 등 공무원, 그 나라의 기업들이 정부 재산을 훔치는 일이 많은데, 그러면 이들의 계좌 등을 찾아내 집행재산으로 확보하기도 합니다."
ISD 판정 집행에 이어 김 변호사가 소개한 코브레&김의 또 하나의 인기상품은 파산사건에서의 조사인(Examiner) 업무. 미국 정부의 의뢰로 카리브해에 위치한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파산 원인을 조사한 케이스와 2014년 5월 미 연방정부가 허리케인 '샌디(Sandy)'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주택을 수리해주면서 주택건설 프로그램(Build it Back program)에 마피아 조직과 연계된 건설회사의 개입 등 부정이 있었는가를 조사하는 것을 도운 사례가 있고, 비슷한 케이스로 중동에 있는 은행이 미 법무부로부터 국제 돈세탁 문제로 조사를 받았을 때 내부조사를 지원한 적도 있다.
푸에르토리코 파산은 미국의 주나 자치령이 파산을 신청한 첫 사례이자 역대 최대 규모의 파산 사례로, 푸에르토리코는 2017년 5월 1,230억 달러의 빚을 갚지 못하자 미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우리가 들어가서 한 1년 동안 조사를 했는데, 이러한 조사업무도 우리와 경쟁하는 로펌이 거의 없어요. 왜냐하면 대형 로펌들은 대부분이 은행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에선 업무 자체가 파산신청인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잘못한 게 있는가 없는가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그 은행들을 클라이언트로 가지고 있는 로펌들은 사건을 맡을 수가 없거든요.
은행 클라이언트가 없는 로펌을 뽑아야 하는데, 다른 로펌들은 규모가 작거나 이러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으니까 코브레&김이 선택된 겁니다.
코브레&김엔 조사나 수사업무에 경험이 많은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가 20명 넘게 포진해 있어요. 그래서 큰 규모의 파산사건 조사도 빨리 진행할 수 있고, 푸에르토리코에서의 조사는 거의 다 스페인어로 조사를 진행해야 했는데, 코브레&김의 마이애미 사무소나 남미팀이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코브레&김의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 중에도 스페인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저희가 조사인으로 뽑힌 거죠."
연방검사 출신 20명 넘어
-나라마다 그 나라의 시장에 맞게 상품을 달리한다고 했는데, 한국 시장에선 어떤 상품을 취급하고 있습니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한국에는 로펌들이 공급하는 똑같은 상품이 너무 많아요. 외국 로펌들도 많이 와 있는데, 이 외국 로펌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많이 하더라고요. 경쟁이 심한데, 그래서 저희는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몇 가지 특별한 상품에 주목했어요.
첫째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사기를 당하든가 하면 소송이나 중재를 제기해 판결을 받게 되는데, 계약을 맺은 상대방은 정작 사기를 친 큰 기업이 아니라 이 모기업이 만들어 놓은 조그만 법인인 경우가 많아요. 이 작은 법인은 재산도 별로 없죠. 모기업을 상대로 이 기업이 숨겨놓은 돈을 찾아 피해를 보전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하는 로펌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역점을 두어 취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와 케이만아일랜드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한국의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BVI나 케이만아일랜드에 법인을 만들어 거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소송을 수행하는 로펌은 많지만 BVI나 케이만아일랜드 등 역외관할에서의 소송은 우리가 전문이에요. 또 다른 곳에 투자를 하더라도 이 두 조세천국에 법인을 세우고 일종의 스택(stack)을 쌓듯 타워처럼 만들어 투자하는 구조가 많은데, 예컨대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에 투자했다가 문제가 생겨 분쟁화되면 중국 법원, 홍콩 법원, BVI 법원, 케이만 법원 등이 함께 연결되어 다국적 관할에서 동시에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건은 BVI와 케이만아일랜드, 홍콩, 상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코브레&김이 적임입니다. 조세천국을 포함한 다국적 관할에서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로펌이 필요한데 코브레&김 외에 경쟁자가 별로 없는 시장이죠.
세 번째는 미국 정부나 연방검찰, 미 증권거래위원회 등에서의 조사나 수사에 대한 대응, 변호입니다. 연방검사 출신의 변호사 2명이 서울에 나와 한국어로 직접 자문하고 조언하는 게 저희의 강점이죠. 저와 미 공군 법무관을 거쳐 텍사스와 하와이주의 연방검찰청에서 근무한 경력의 대니엘 리가 함께 서울에서 자문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미국 로펌들도 한국 기업 등을 맡아 연방검찰에서의 조사 등에 대한 변호를 하지만, 한국어가 되고 한국 기업과 한국 문화를 잘 아는 연방검사 출신이 직접 서울에서 한국어로 자문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 연방검찰 등의 조사 진행에 대한 대응과 함께 반대로 한국 기업의 입장을 미 연방검찰에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러한 자문을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게 코브레&김의 장점입니다.
IP 소송 등도 취급
물론 미국에서의 금융서비스에 관련된 소송이나 IP 소송, 합작투자 및 파트너십 분쟁, 신탁 및 재단 관련 소송, 도산 관련 분쟁 등을 다 취급하지만, 지금 소개한 이 세 가지를 한국에서 특히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코브레&김은 설립자 중 한 분이 한국계고, 한국계 변호사와 직원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쯤은 한국계 로펌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변호사와 스태프 등 전체 직원이 약 400명인데, 한국인 또는 한국계는 10% 정도 됩니다. 절반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회사 문화에 한국 문화가 굉장히 많아요. 나머지 360명이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 되게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한국 음식을 즐기고, 한국식으로 행동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국 회사 같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데, 직원을 뽑으면 장기적으로 데리고 있으려 하고, 그 직원에게 새로운 스킬을 가르쳐주고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끈끈한 문화가 내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서울이 아닌 코브레&김의 다른 오피스에서 클라이언트 미팅을 할 때 그 클라이언트가 한국인이 아닌데도 한국 음식이 나오기도 하고, 저도 잘 몰랐는데 한국계가 아닌 외국계 직원들이 회식 후 노래방 가는 문화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1970년대의 한국 회사가 미국 로펌이 된 그런 분위기가 좀 있습니다."
-코브레&김은 상대적으로 설립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해외에 사무소를 잇따라 개설해 변호사를 내보내는 등 일찌감치 국제화에 눈 뜬 로펌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화도 성장 전략의 하나로 추진한 것이겠죠.
전체 변호사 120명
"코브레&김은 현재 전체 변호사가 120명 정도 됩니다. 하지만 해외사무소 개설은 규모가 이보다 훨씬 적을 때부터 추진했어요. 해외사무소를 여는 많은 다른 로펌들과 다른 점은 우리는 프로덕트를 팔러 가는 거지 클라이언트를 따라 외국에 나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원래 홈 마켓에 클라이언트가 있고, 그 클라이언트가 한국이나 중국에 진출할 때 같이 가는 그런 모델이 아니에요. 우리는 그 시장에 필요한 프로덕트가 있는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프로덕트가 있는가 아니면 소비자들도 모르는데 우리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가지고 가 팔면 그게 잘 팔릴까 이런 분석을 해서 해외사무소를 열고 변호사를 보냅니다."
-모두 11개의 사무소 중 7개가 해외에 있습니다. 사무소 개설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2003년에 뉴욕에서 시작해 워싱턴-마이애미 순서로 사무소를 추가했어요. 네 번째 사무소는 런던사무소이고, 홍콩이 다섯 번째입니다. 이어 케이만과 BVI에 사무소를 열었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2015년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그 다음에 2017년에 상해사무소를 열었고, 텔아비브까지진출했습니다. 몇 달 후 브라질의 상파울루에 사무소를 엽니다."
이스라엘에도 사무소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사무소에선 어떤 업무를 취급하나요?
"이스라엘에 진짜 일이 많습니다. 유대인들이 자본도 많지만, 텔아비브에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의 헤드쿼터가 많거든요. 아프리카 관련 일이 많습니다."
-코브레&김은 변호사가 아닌 경영 전문가들도 로펌 운영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로펌들은 대부분 주요 파트너들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우리 로펌에선 변호사들은 그냥 변호사 일을 하고 매니지먼트는 변호사가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따로 맡고 있어요. CSO(Chief Strategy Officer)는 매킨지에서 파트너로 일하던 분이 헤드로 있고, 파이낸스 쪽은 KPMG 미국에서 CFO 하던 분이 관장하고 있습니다. 상품 개발과 판매뿐만 아니라 내부 운영에 있어서도 일반 기업적인 측면이 더 많이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매킨지 출신이 CSO
-한국 시장에서 중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세 가지 상품을 소개했는데, 혹시 영업비밀의 공개가 될지 모르지만, 새로 준비하는 상품이 있으면 하나만 소개 부탁합니다.
"영업비밀이 될 건 없어요. 우리는 다른 로펌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고 우리 상품의 판매를 도와주는 디스트리뷰터로 생각하니까요.
제가 보기에 한국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경쟁을 많이 하면서 외국 기업들로부터 너무 소송을 당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되도록이면 소송을 피하려고 하고, 외국의 경쟁기업들과 어떻게든 합의를 하고 서로 소송을 안 하면서 잘 지내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설령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가도 같은 투자자인 한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고 검찰로 하여금 조사하게 하는 등 사업에서 경쟁을 하면서도 이러한 소송이나 검찰 제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곳이 되게 많아요.
해외에 진출한 한국 회사들은 마음을 너무 좋게 먹고 있는 반면에 해외의 경쟁회사들은 한국 회사들한테 너무 나쁘게 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요. 제 생각엔 한국 기업들도 경쟁 외국 기업의 불법행동에 대해선 검찰로 하여금 조사하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런 상품을 우리가 유럽이나 남미에서 많이 팔았는데, 한국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서비스가 상당히 필요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현지의 검찰이나 정부 당국에서 경쟁기업의 미스컨덕트 등에 대해 조사하게 하는 고소대리, 고발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죠?
"딱히 한 나라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부정 · 불법행위는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동시에 몇 개 나라에서 조사가 이루어지게 하죠. 또 그 회사 내부의 휘슬블로어(whistle-blower)를 찾아 파일링을 하게 하면서 이러한 내용이 뉴스에 나올 수 있게 하고 검찰 등에서의 조사와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인데, 경쟁자를 상대로 이런 공격을 하는 게 틀린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쪽에서 진짜 불법행동을 하고 있고, 조사를 받아야 되는 거니까 오히려 올바른 행동이에요. 그리고 한국 기업에게는 경쟁기업을 이용하던 클라이언트나 소비자를 끌어오는 구체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국 회사들도 많이 활용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것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 건가 따져보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성공하는 거 보면 되게 자랑스러운데, 한편에선 경쟁기업들로부터 검찰 조사 등을 당하는 거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미국 회사들은 경쟁기업에 대해 조사시키고 공격해서 소비자 뺏는 거 기본이고, 중국 회사들도 이런 거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그런 수요는 많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화적인 요인 등이 겹쳐 한국 기업들이 그러한 행동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어느 나라 기업이든 법은 무기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아요. 법은 무기죠.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법이나 소송 같은 거는 어떻게든 피해야 된다 그런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식이 형성되어 온 문화적인 배경도 이해는 되는데, 해외에 진출했을 때 경쟁기업들은 다 법을 무기로 여기고 공격해 오는데 한국 기업만 모든 사람들한테 좋게 대하려고 하면 불리하죠. 사용하는 무기에서 균형이 안 맞아요."
-끝으로 한국의 젊은 변호사, 후배 변호사들에게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시장이 더 커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매년 로스쿨에서 배출되는 변호사에 비해 법률시장이 너무 제한되어 있잖아요.
한국 땅에서 특별히 나는 것도 별로 없고 불리한 점도 많지만 삼성전자에서부터 K-Pop, 암호화폐 등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해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 많습니다.
"법도 똑같이 될 수 있다"
저는 법도 똑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젊은 변호사들을 만나보면 영어도 잘하고 국제화된 친구들이 많은데 한국 내에서 다른 한국의 변호사들하고만 경쟁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그렇게 생각을 바꾸어 도전했으면 해요. 외국 시장에서도 통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국제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할이나 변호사 자격의 문제가 있다면 외국변호사를 채용하면 되고, 필요하면 외국 로펌을 인수하거나 외국 로펌의 팀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겠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짜 신경 써서 덤비면 아주 뛰어나게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법률 분야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