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육체노동 가동연한' 60세→65세 상향
[민사] '육체노동 가동연한' 60세→65세 상향
  • 기사출고 2019.02.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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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부] 30년 만에 판례 변경
보험금 지급액 증가 등 파장 예상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1989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올린 지 30년 만의 상향 조정으로, 보험금 지급액의 증가와 함께 보험료 인상 등 파장이 예상된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취업가능 연한을 60세로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월 21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사망한 박 모(사망 당시 4세)군의 부모와 누나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사고가 발생한 수영장의 운영업체와 안전관리책임자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48909)에서 "박군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박군의 가동연한을 60세로 보았다.

2015년 8월 9일 어머니, 누나 등과 함께 인천 연수구에 있는 수영장을 찾은 박군은 혼자 수영장을 돌아다니던 중 오전 10시 25분쯤 풀장 출입구에 설치된 사다리로 올라갔다가 풀장으로 떨어져 물에 빠졌다. 이후 박군이 물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한 이용객이 박군을 풀장 밖으로 옮긴 후 안전요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후송했으나 6일 후 사망했다. 이에 박군의 부모와 누나가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박군의 가동연한을 성인이 된 후 21개월의 군 본무를 마친 때부터 만 60세가 되는 때까지로 보고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 1심 재판부는 2억 3000여만원을, 항소심 재판부는 2억 5000여만원을 피고들이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한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55세라고 본 종전 견해를 폐기하고, 그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여 왔다.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적 ·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 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 · 개선됨에 따라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국민 평균여명(0세 기준)이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인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에는 남자 79.0세, 여자 85.2세로,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났다. 또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하여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은퇴연령보다 실질 은퇴연령이 높은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OECD 평균 남성 65.1세, 여성 63.6세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법원은 "사실심 법원이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을 인정할 때에는,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조건 등의 사회적 · 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피해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경험칙의 기초가 되는 제반 사정들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박군의 가동연한을 새로이 도출된 경험칙상 가동연한과 달리 인정할 만한 특별한 구체적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그 가동연한을 정하였어야 함에도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박군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한 원심 판단에는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