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 해임된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로 재취임했다'는 내용의 허위 등기신청서를 등기소에 제출했더라도, 이후 주주총회의 해임결의가 법원 판결로 취소, 확정됐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1월 29일 자격모용사문서작성 ·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B주식회사 대표이사 정 모(63)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5089)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정씨는 2012년 5월부터 B사의 대표로 재직하다가 대주주인 이 모씨 등과 분쟁이 생겨 같은해 8월 9일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되고, 다음날 해임등기까지 되자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그해 11월 하순경 '새 대표로 취임한 대주주 이씨 등이 해임되고 자신과 또 다른 정 모씨가 대표로 취임했다'는 내용의 주식회사 변경등기신청서를 작성해 다음달인 12월 4일경 대전지법 등기과 공무원에게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8월 9일 임시주총에서 이씨 등이 새로운 이사로 선임되었으며, 새로 선임된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씨를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1심은 정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6. 4. 4.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이사해임 및 이사선임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2016. 7. 14. 무렵 확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쟁점은 법원의 주주총회결의 취소판결의 효력이 소급 적용되느냐 여부. 항소심 재판부는 "주주총회 결의취소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취소판결의 효력이 일률적으로 소급한다고 볼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이 결의취소 확정판결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대표이사 자격이 인정됨에 따라 범행 당시에도 B사의 대표이사 자격을 보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1심의 유죄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2. 8. 9. 개최된 주주총회결의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된 이상, 이 주주총회결의에서 해임된 피고인은 소급하여 B사의 대표이사로서의 자격을 회복하므로, 피고인이 2012. 11. 하순경 자신을 B사의 대표이사로 표시한 주식회사 변경등기신청서를 작성하고 같은해 12. 4.경 이를 대전지법 등기과 공무원에게 제출한 행위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와 동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사 선임의 주주총회결의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정된 대표이사는 소급하여 그 자격을 상실한다"며 "마찬가지로 이사 해임의 주주총회결의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결의에 의하여 해임된 이사는 소급하여 그 자격을 회복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