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지적장애 3급인 아들을 피보험자로 정해 생명보험에 들면서 보험사에 아들의 지적장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이 아들이 물놀이 사고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부산지법 민사4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10월 24일 MG손해보험이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며 숨진 아들의 어머니인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46292)에서 "MG손해보험은 A씨에게 일반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씨에 대한 일반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A씨의 아들은 2016년 8월 14일 오전 10시 15분쯤 부모와 함께 부산 사하구에 있는 다대포해수욕장에 도착해 아버지와 함께 인근 몰운대 갈맷길 해안가로 이동하여 조개 채취와 물놀이를 하다가 자신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있는 백사장을 수차례 오고가던 중 오후 1시 15분쯤 수심이 깊은 갯고랑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물속으로 잠겼다. A씨의 아들은 그 후 아버지와 주변에 있던 제트 스키 운전자들에 의해 뭍으로 들려 나왔다가 이어 119 수상구조대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에 A씨가 MG손해보험에 아들의 일반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청구했으나, MG손해보험은 "A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아들의 지적장애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을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A씨도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맞소송(2018나46308)을 냈다. A씨는 2014년 10월 MG손해보험과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아들이 보험기간 중 상해로 사망할 경우 일반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보장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3다91405, 91412)을 인용,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불실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65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위 불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을 것이나, 위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규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655조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라도 보험자가 650조, 651조, 652조 및 653조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였을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 또는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되거나 증가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사고의 현장은 다대포해수욕장의 해수천이 시작되는 지점이자 수상레저기구 폰툰이 계류되어 있는 장소인데, 주변에는 갯바위와 갯고랑이 산재해 있고 해수천의 특성상 주변에 비해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어 수영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위험 표지판'과 '수영금지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으며, 평소 다대해경안전센터와 119 수상구조대에서 안전 계도를 실시하는 지역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하고, "당시 A씨의 아들은 지적장애 3급으로 일반인에 비해 인지능력 등이 떨어지는 상태에 있었던바, '수영금지구역'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고 위험성을 판단하였더라면 다시 이 장소에 입욕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부친의 제안에도 이를 거절하거나 만류하였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익사 사고가 최대 수심 2m 이상인 깊은 갯고랑에서 발생한 것이라고는 하나, 당시 A씨의 아들의 체격(신장 197㎝, 체중 120㎏), 사고 당시 바다의 상태와 주변의 상황 등에 비추어 A씨의 아들의 지적장애와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볼 것이 아닌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들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따라서 "보험계약은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도달한) 2017년 1월 12일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결국 원고는 상법 655조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아들의 익사 사고와 관련하여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심신박약자의 해당 여부는 보험계약의 무효 사유가 되는 중요한 내용임에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설계사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으므로, MG손해보험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고의 ·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의 아들의 정신장애 등 존재 여부는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험계약자인 피고의 고지의무 대상이 되고, 이를 불고지한 것은 피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인 점,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인 경우에는 보험자의 설명의무가 면제되는바, 피고의 보험가입 내역 등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항이 중요한 사항임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정에 의하면 설명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