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던 위에 사는 사람들이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 위한 유일한 통행로인 경사로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폭만 남긴 채 철재 펜스를 설치한 토지 매수인에게 일반교통방해죄 유죄가 인정됐다. 피고인은 언덕 위에 거주하는 몇몇 특정인들만 이용하는 경사로를 일반교통방해죄 구성요건인 육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사실상 일반 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로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부(재판장 임범석 부장판사)는 최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에 대한 항소심(2017노4935)에서 김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길이 약 500m, 폭 약 2m 콘크리트 도로 부근의 토지를 낙찰받은 김씨는 2016년 7월 중순경 이 도로 입구에 폭 약 80cm만 남기고 높이 약 1m 80cm, 길이 약 5~6m의 철재 펜스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주민들의 경운기 등 농기계나 차량의 통행을 할 수 없도록 막아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김씨가 "이 도로는 그 주변 토지 3필지에 거주하는 특정인들만 이용하는 통행로이고, 이 도로 외에도 구 통행로가 존재하였으므로, 일반교통방해죄 구성요건인 육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도로는 도로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공터였다가, A사가 2014년 3월경 공장 차량 등의 통행로로 이용하기 위하여 도로포장을 한 이후부터는, 공장 차량 등뿐만 아니라 인근 3필지 거주자들도 이를 도로로 이용하여 왔고, 도로 인근 3필지는 경사로인 이 도로 위쪽에 위치하고 있고, 뒤로는 산이 바로 맞닿아있는 관계로, 그 거주자들은 도로를 지나지 않고서는 언덕 아래 도로로 나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로 우측에는 사람의 보행이 가능한 정도의 지목상 구거(溝渠, 구 통행로)가 있으나, 도로가 포장된 이후로는 돌층계로 인하여 길이 중간에 막혀 더 이상 통행로로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도로는 적어도 2014년 3월경부터는 인근 3필지 거주자들의 유일한 통행로로 이용되어 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6도8750 등)을 인용,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육로라 함은, 사실상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상의 통로를 널리 일컫는 것으로서,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 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 등을 가리지 않는바, 이 도로가 이와 같이 인근 거주자들의 유일한 통행로로 사용되어 온 이상, 이는 사실상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로에 해당하고, 도로를 인근 3필지 거주자들 외에 달리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제출한 도로 부지에 대한 입찰 정보에는, '토지의 일부가 도로로 이용 중'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바, 피고인은 토지를 낙찰 받을 때부터 도로 부지 중 일부가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 당시 도로는 인근 거주자들의 농기계, 수레 등의 통행이 가능할 정도의 폭을 가진 도로였는데, 그럼에도 피고인은 토지를 낙찰 받은 이후 도로 위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폭만 남긴 채 철재로 된 펜스를 설치하였으므로, 그 교통을 방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