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반려견을 키운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다가구주택 주인이 계약금의 30%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이근수 부장판사)는 5월 30일 세입자 우 모씨가 "임대차계약 이행거절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다가구주택 주인인 김 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63995)에서 김씨의 책임을 30% 인정, "김씨 등은 우씨에게 돌려준 계약금 4000만원의 30%인 1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씨는 2007년 2월 16일 하남시에 있는 4층짜리 다가구주택 중 401호를 3월 30일부터 2년간 보증금 4억원에 임차하기로 하고, 집주인인 김씨 등에게 계약금으로 4000만원을 지급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이후 우씨의 반려견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우씨가 반려견 3마리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 등은 임대차계약을 맺은 지 12일 후인 2월 28일 김씨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반려견들과 함께 거주하는 조건인 이상 우씨에게 건물을 인도할 수 없다. 계약금을 수령할 계좌번호를 알려 주지 않으면 이를 공탁하겠다'라는 내용의 통지를 한 후, 우씨를 피공탁자로 하여 계약금 4000만원을 공탁했다. 이에 우씨가 공탁금을 수령한 후 추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2017년 2월 28일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으로서의 목적물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이를 이유로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임대차계약상 우씨가 반려견 3마리를 기른다는 사실을 고지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는바, 원고의 이러한 고지의무 위반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제한 것이기 때문에, 이행거절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4다48515)을 인용해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김씨가 '몇 명이 거주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원고가 '2명'이라고 답하였고, 다시 김씨가 '집이 넓은데 2명만 거주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원고가 '그렇다'라고 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임대차계약서상 반려견에 관한 기재는 전혀 없고, 피고들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인중개사 또는 원고에게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것이 임대차계약의 조건'임을 고지하거나 하지는 않은 점, 위에서 본 김씨의 질문에 '반려견과 함께 거주하는 것이냐?'라는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현재 사회통념상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과 같은 공동주택이라 하더라도 반려견을 기르는 것이 터부시되지 않는바, 하물며 이 건물은 다가구주택으로 건축법과 건축법 시행령상 단독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기르는 반려견이 3마리이기는 하나 모두 소형견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임대차계약상 원고에게 반려견 양육에 관한 고지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금의 30%만 배상하라"
재판부는 다만 "피고들은 (원고에게)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다음 2017년 4월 20일 다른 사람에게 401호를 보증금 4억원에 임대하면서 특약사항으로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중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함'이라고 정하였는바, 피고들은 성향상 반려견을 좋아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것일 뿐, 보증금 증액 등과 같은 다른 목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2017년 3월 17일 하남시에 있는 또 다른 다가구주택 중 4층 부분을 보증금 3억 4000만원에 임차하였는바, 새로운 임대차계약 시점, 보증금의 액수 등의 측면에 있어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해 수고를 들인 것 외의 손해를 원고가 입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임대차계약상 손해배상예정액 4000만원은 과도하다고 보인다"며 4000만원의 30%인 1200만원으로 손해배상액을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