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의 지정취소를 둘러싸고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를 상대로 대법원에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율형 사립고 6곳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7월 12일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 직권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14추33)에서 교육감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정취소를 받은 6개교가 피고보조참가했다. 시 · 도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의 처분에 대해 내는 취소소송은 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이 2014년 7월 취임하자 시내 자사고 14개 학교에 대한 수정 평가를 시행한 뒤 같은해 10월 수정 평가 결과에 따라서 70점 미만을 받은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화금란고(이대부고), 중앙고 등 6개교를 지정취소했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에 '지정취소처분이 행정절차법과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하였고,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는 이유로 지정취소처분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하였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이에 응하지 않자 2014년 11월 지정취소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구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2014. 12. 9. 대통령령 제258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91조의3에 따르면, 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구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 5항에서 정한 교육부장관과의 협의는 자사고 지정취소에 관하여 교육부장관의 자문이나 의견을 구하라는 의미일 뿐이므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기 위하여 반드시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3조, 지방자치법 169조에 따르면, 시 ⋅ 도의 교육 ⋅ 학예에 관한 사무에 대한 교육감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교육부장관이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 시 · 도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의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처분을 통보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재판부는 "자사고 제도의 성격,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의 재량을 절차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는 점, 구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의 개정이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 5항에서 말하는 교육부장관과의 사전 협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육부장관의 적법한 사전 동의를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피고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행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은 구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 5항에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밝혔다. 개정된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은 '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수정 평가는 종전 평가 당시 적용된 평가 기준을 공정하게 수정하여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졌으므로, 그 평가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거나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흠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공교육의 정상화와 자사고의 바람직한 운영'이라는 공익은 자사고 지정을 유지한 채로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데도, 원고는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학교들의 사익, 즉 학교들이 신뢰에 반하여 자사고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은 지정취소처분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의 지정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서울시교육청이 수정된 평가기준에 따라 다시 평가를 시행하 것과 관련, "수정된 평가기준은 100점 만점으로 예정된 종전 평가기준의 평가항목별 배점과 기본 점수를 낮추고, 새로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배점 15점)'이라는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사실상 교육청의 재량평가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며 "70점 미만의 평가를 받아 지정취소된 학교들로서는 '자사고 제도의 존치를 전제로 한 내실 있는 학교운영 유도'를 주된 목적으로 하였던 종전 평가기준이 '자사고 지정취소를 토대로 일반고 전성시대의 기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변경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종전 평가기준과 그에 따른 종전 평가에 대한 이들 학교들의 신뢰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로서 공익과의 형량을 거쳐 보호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