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손님으로 가장해 촬영한 나이트클럽 음란공연 영상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진석 부장판사)는 5월 3일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에 있는 나이트클럽 무용수 이 모(47)씨와 업주 이 모(50)씨, 종업원 황 모(42)씨에 대한 항소심(2017노112)에서 이같이 판시, 무용수 이씨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2016년 6월 21일 밤 11시쯤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약 15분 동안 속옷 하의만 입은 채 성행위를 묘사하는 춤 공연을 하는 등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업주 이씨와 종업원 황씨는 이씨의 음란행위를 공모 또는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경찰이 이씨의 공연을 촬영한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 CD와 영상을 캡처한 현장사진의 증거능력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경찰관들은, 국민신문고 인터넷사이트에 "나이트클럽에서 남성 무용수의 음란한 나체쇼가 계속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이 나이트클럽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 비노출 소형카메라로 무용수 이씨의 공연을 촬영한 후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나이트클럽에 손님으로 가장하여 들어가 이씨의 공연을 촬영한 행위는, 수사기관으로서 피고인들의 공소사실과 관련된 형사소송에서 사용될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으로, 피고인들의 동의나 승낙 없이 피고인들의 직업 선택과 수행의 자유 등에 대한 제한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강제수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경찰관들이 그 과정에서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없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촬영한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 CD와 영상을 캡처한 현장사진은 모두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로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증거 사용에 관하여 동의하였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와 종업원 황씨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등은 조사자들이 위와 같이 촬영한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 CD 및 그 영상을 캡처한 현장사진을 토대로 피고인 이씨의 구체적인 공연 내용에 관하여 질문하고, 피고인들이 이에 대하여 답변하는 형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져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는 CD와 현장사진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1차적 증거인 CD와 현장사진과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CD 및 현장사진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증거 사용에 관하여 동의하였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씨가 당시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은 공연을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