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탄약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뇌출혈이 발병, 전역한 육군 부사관이 소송을 내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부산지법 이재덕 판사는 4월 25일 박 모(41)씨가 부산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단20280)에서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997년 4월 육군 하사로 임관한 박씨는 2010년 12월부터 군수지원단 정비근무대 소속 차량검사수리관으로 근무하다가 2014년 8월부터 군수지원단 본부지원과 소속 장비탄약담당관 대리근무자로 근무했다. 박씨는 임관 이후 단 한 번도 장비탄약관리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었으나, 군수지원단 본부지원과 소속 장비탄약담당관이 피견교육을 가게 되자 박씨가 대리근무자로 임명된 것이다. 보통 장비탄약담당관 업무 인수인계는 3개월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박씨에게는 3개월이 아닌 3주 동안만 인수인계를 하였다. 박씨는 화력장비, 일반장비, 기동장비, 통신장비와 24종 3만 8000발의 탄약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는데, 인수인계 기간이 짧아 업무가 익숙하지 않고 업무가 어렵다는 발언을 자주 하였다. 또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빨리 후임자가 왔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군무원에게 후임자가 언제 오는지 질문하기도 했으며, 장비탄약담당관 대리근무자로 임명된 이후 체중이 72kg에서 60kg으로 급격히 줄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기도 했다.
장비탄약담당관 업무를 처음으로 수행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박씨는 업무를 맡은 지 4개월이 지난 2014년 12월 17일 오후 5시 5분쯤 부대 내에서 흡연을 하며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뇌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혈관확장술을 받았다. 박씨는 공무상병 인증을 받고 2015년 9월 전역한 후 부산보훈청에 국가유공자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원고는 임관 이후 단 한 번도 수행한 적이 없었던 장비탄약관리업무를 급작스럽게 담당하게 되었음에도 짧은 기간 비교적 형식적인 인수인계만을 받았고, 원고는 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에서 전임 장비탄약담당관에게 새로운 업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였으며, 다른 동료들에게도 새로운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하였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임관 이후 수행해 왔던 업무와는 달리 장비탄약담당관리업무의 경우 총기나 탄약 분실 등 업무상 실수가 곧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대단히 높았기 떄문에 원고가 받은 스트레스는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뇌지주막하출혈 발생 당시 37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였고, 장비탄약담당관 대리근무자로 임명되기 전까지 적정 체중을 유지하였으며, 204년 6월 실시된 체력검정을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는 등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며 "원고의 근무시간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견디기 힘든 정도의 과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원고에게 뇌지주막하출혈의 주된 발병원인인 뇌동맥류와 흡연력이 존재하기도 하였으나, 원고의 공무수행과 뇌지주막하출혈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건강한 일반인이 아닌 고혈압 등이 의심되던 원고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고는 이전에 수행한 적이 없었던 장비탄약담당관 업무를 수행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로 인해 고혈압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공무수행과 뇌지주막하출혈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다만 "고혈압 등과 같은 원고의 체질적 소인이 직무수행 못지 않게 상이의 발병에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므로, 원고의 경우는 직무수행이 상이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보훈의 대상으로 정하기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는 국가유공자(공상군경)에는 해당하지 아니하고 보훈보상대상자(재해부상군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