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흠 변호사는 한국 최고의 조세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앤장 조세팀에서 특히 국제조세 사건을 많이 수행하는 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국제조세에 관한 한 한국 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외국인투자가 늘고,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국제거래가 증가하면서 그의 발걸음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파가 불어닥친 12월 하순 만난 백 변호사는 네덜란드 소재 다국적 항공운송기업의 한국 자회사를 대리하여 150억대의 법인세를 취소받은 사건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한국 자회사가 유상증자를 하고 모회사인 네덜란드 법인이 이를 전액 인수한 사안으로, 과세관청에선 특수관계인 간 채무의 출자전환으로 간주하여 법인세를 부과하였으나, 백 변호사가 실질과세원칙은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 1심부터 모두 이겼다. 인터뷰 후 며칠 내 대법원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의 예상대로 승소 확정되었다.
예상대로 대법 승소
이에 비해 싱가포르 법인 등 해외 투자자가 지분을 100% 보유한 국내의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회사의 100억원 규모의 법인세 소송은 1심에선 졌으나 항소심부터 이겨 11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역전승 케이스. 과세관청에선 싱가포르 법인과의 연구개발계약에 따른 대가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내 회사가 해당 사업연도에 지출한 연구개발비에 7%를 가산한 금액을 익금에 산입하여 법인세를 부과하고 같은 금액을 포기하였다는 이유로 주주인 해외 법인에 대한 배당으로 소득처분해 국내 회사에 원천징수세액의 납부를 고지했으나, 백 변호사는 ‘연구개발이 수반되어 반도체의 조립과 테스트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파고들어 항소심에서 1심 결론을 뒤집고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1심 재판 중 직권취소 이끌어내
이 외에도 외국계 은행을 대리하여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1800억원 가량의 법인원천세와 가산세를 모두 취소 받고, 세제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독일 회사의 한국 자회사를 대리해 1심 재판 진행 중 과세관청이 원고 측의 주장을 인정해 100억원이 넘는 법인세를 직권취소하게 하는 등 다양한 사건에서 승전보를 이어온 것이 백 변호사의 2017년 성적표다.
백 변호사는 "조세 변호사는 과세관청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는 납세자를 대리해 과세과정에 숨어 있는 법리적 쟁점들을 찾아내고 논증해 억울하게 세금을 내지 않게 하는 게 역할"이라며 "승소했을 때는 물론이고 법리적 연구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조세 분야"라고 소개했다.
14년째 조세소송 한우물
다수의 외국 기업 사건을 맡다 보면 외국 기업의 대리인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은 없을까. 김앤장에서 14년째 조세소송만 다루고 있는 백 변호사는 그러나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법인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호되어야,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 자회사, 지사, 현지 공장 등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 제대로 된 공평과세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외국 기업이 수백억원대의 조세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한국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높여 우리나라의 국격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백 변호사가 외국 기업만 대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원유를 수입해 정유제품을 만들어 수출한 국내의 3개 정유사에 모두 9000억원 상당의 관세와 가산금이 부과된 사안에서 정유사 한 곳을 맡아 일종의 리드 카운슬(lead counsel)로서 변론을 주도한 결과 백 변호사가 대리한 정유사는 물론 정유 3사가 관세 등을 취소받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또 부부간에 계좌 이체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예금이 타방 배우자에게 증여되었다는 과세요건 사실이 추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사람도 백 변호사로, 1, 2심에서 연거푸 패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방어에 성공했다. 이 판결은 부부간 계좌이체에 대한 증여세 부과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판결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부부간 계좌이체 증여세 제동
"조세사건은 자칫 잘못하면 청구 기각이 아니라 아예 소 각하로 문전박대 당할 수 있어요. 전심절차를 거쳐야 하고, 제소기간도 준수해야 하며, 처분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청구취지도 올바르게 기재해야 하는 등 기술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들이 많죠."
백 변호사는 이어 "수시로 바뀌는 세법 조항들을 확인해야 하고 몇 년씩 걸리는 조세소송 수행의 속성상 현행법 못지않게 개정 전 구법도 잘 알아야 한다"며 "그래서 성격이 더 꼼꼼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80cm가 훨씬 넘는 장신의 그가 조세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는 이유 중 하나다.
◇백제흠 변호사는 누구=백 변호사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조세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 조세 분야에 특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판사 8년차 때인 2001년 서울지법 판사를 그만두고 자비로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 1년간 국제택스프로그램에서 공부하고, 다시 NYU 로스쿨로 옮겨 조세 쪽을 연구하며 LLM을 마칠 정도로 조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로펌에서의 근무를 포함 3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2004년 김앤장에 합류한 백 변호사는 자연스럽게 조세팀, 그 중에서도 국제조세와 금융기관 등의 법인세 사건 등에서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실무와 함께 학구적인 면이 돋보이는 그는 2014년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법학대학원 강의도 2005년부터 13년째 나가고 있다.
서울대 법학대학원에서 10년 넘게 비전임 교원으로 강의한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는 후문. 백 변호사는 그동안의 연구를 모아 2016년 단행본 "세법의 논점"을 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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