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횡령과 업무상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12월 22일 신 회장이 기소된 6개 혐의 중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신격호(95)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58)씨 모녀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몰아줘 롯데쇼핑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서씨 모녀에게 '공짜 급여'를 준 혐의 등 2개 혐의만 인정,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6고합944 등) 재판부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서도 신 회장에게 적용된 2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으나, '롯데그룹의 창업자이자 총수로서 그룹에서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이용하여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 범행을 결심하고 전 과장을 장악'한 점을 감안해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63) SDJ 회장은 무죄, 신영자 이사장은 징역 2년, 서미경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신 이사장과 서씨, 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도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관련 업무상배임 혐의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사업부분 임대 자체만으로 배임행위가 성립하지는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서씨 모녀 등 가족 · 친인척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저렴한 임대수수료를 받고 수의계약 등 유리한 조건으로 운영권을 주어 롯데쇼핑을 위한 경영판단으로 보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득액이 입증되었다거나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았다며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의율했다. 신동빈 회장 등의 형량이 낮아진 이유 중 하나다.

재판부는 또 부실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이나 롯데기공을 부당 지원해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선, '경영상 판단'이라며 신동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롯데그룹의 총수일가가 계열사들로 하여금 총수 가족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부당급여를 지급하게 하거나 계열사에 귀속될 이익을 개인회사에 넘겨준 횡령 · 배임 사건으로, 기업 사유화의 단면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범행은 그룹과 회사에 피해를 줌은 물론, 성실하게 일한 임직원들에게 자괴감과 상실감을 안겨주고, 해당 기업에 대한 신용을 훼손하며, 기업집단에 대한 국민들로부터의 지지가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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