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법원인급여 아니야…횡령 유죄"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금을 위탁 또는 보관시키는 행위에 반사회성이 없다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아 보관 중인 돈을 횡령한 경우 유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월 31일 '맥심 트레이더 사기사건'의 투자금 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기소된 전 모(44) 변호사에 대한 상고심(2017도11931)에서 이같이 판시, 전 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맥심 트레이더 사기사건'은 뉴질랜드에 있는 맥심 트레이더라는 회사에 돈을 투자하면 원금과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속여 수백명의 투자자로부터 489억여원을 가로챈 사기사건으로, 변호사가 보관 중인 돈을 떼먹은 이 사건에선 특히 불법원인급여의 해당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됐다.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면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돼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전 변호사는 2014년 9월 '맥심 트레이더 사기사건'의 주범인 신 모씨와 신씨가 모은 투자금을 건네받아 외국환거래 회사를 통하여 맥심 트레이더에 전달하는 에스크로(Escrow) 계약과 그 전달과정에 부수되는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자문 계약을 맺고, 약정에 따라 신씨로부터 신씨가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투자금 50억원을 송금받았다. 전 변호사는 그러나 그 무렵부터 2015년 4월까지 받은 돈 중 20억여원을 사무실 운영경비와 개인채무 변제, 대여금 반환, 차량 리스 대금, 직원 급여 등으로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씨는 2016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먼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접 처벌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그 자체로 반사회성이 현저하여 민법 746조에서 말하는 불법의 원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금을 위탁하거나 보관시키는 등의 행위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위반하지 않고 그 내용, 성격, 목적이나 연유 등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불법원인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50억원을 교부한 원인이 된 계약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내용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계약 당시 피고인이 이 돈이 범죄수익금이라는 사실이나 불법적인 해외 송금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를 알면서도 협조하기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피해자의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범행에 대한 방조, 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지도 않아 원심이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금원의 교부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 판결에 불법원인급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전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 변호사는 신씨가 50억원을 투자금으로 모집한 후에 신씨와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 체결 당시 신씨의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와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는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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