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적법한 경찰권 행사 아니야"
미신고 집회라도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침낭과 깔판, 카페트 등을 수거하고 이 과정에서 참가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적법한 경찰권 행사로 볼 수 없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미리 부장판사)는 9월 27일 인권활동가 최 모씨와 유성기업 노조원 홍 모씨, 김 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7나18971)에서 "국가는 최씨에게 카페트 시가 4만원과 위자료 50만원을 합한 54만원, 김씨에게 위자료 50만원, 홍씨에게 위자료 1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씨와 홍씨는 2016년 3월 2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가 진행한 농성에 참가했다가 경찰로부터 공대위측이 반입한 침낭과 깔판 등을 수거당하고, 최씨는 이 과정에서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최씨는 또 자신이 가져 온 카페트도 수거당했다. 이 농성은 미신고 집회로서 경찰이 공대위측에게 수 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하였으나 공대위측이 이에 불응했고, 서울시도 공대위측에게 서울광장 무단점거를 이유로 자진철거를 요청했다.
김씨도 나흘 뒤인 3월 27일 오후 6시쯤 향린교회가 이 농성장에서 주최하는 추모 기도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교회측의 앰프, 깔판 등의 물품 반입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들려서 가다가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져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에 최씨 등이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를 포함 모두 32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경찰의 이와 같은 압수 행위가 중대한 경찰 장해 상황에서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절박한 실력 행사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농성 현장에서 침낭, 깔판 등을 수거하고 그 과정에서 최씨, 김씨에게 상해를 가한 경찰의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 6조의 즉시강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어서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찰이 공대위로부터 침낭, 깔판 등을 수거할 무렵은 농성 인원이 줄어들고 있을 무렵으로 경찰이 물품 반입을 제한하고 농성장에 있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던 침낭, 깔판을 수거하기 이전에는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이고, 농성에 참가한 사람들이 침낭, 깔판 등을 사용한다고 하여 특별한 위험이 가중될 것으로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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