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 소멸하지 않아""장사법 시행 후 분묘만 장사법 적용"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월 19일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임야 1만 4257㎡의 소유자인 A(80)씨가 "임야에 설치된 6기의 분묘를 철거하라"며 분묘를 설치한 B종중의 종손 C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3다17292)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6기의 분묘 가운데 5기의 분묘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분묘 1기만 철거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고, 이러한 관습법이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관습법에 의하여 피고들이 각 분묘에 관한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장사법은 분묘설치기간을 15년으로 하고, 15년씩 3회에 한하여 연장하여 최장 60년간 매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분묘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 해당 토지소유자 등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분묘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관습법의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관습을 둘러싼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와 함께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의 기초가 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 태도나 그 사회적 · 문화적 배경 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명백하지 않다면 기존의 관습법에 대하여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지적하고, "장사법은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고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에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 대항할 수 없다'는 내용의 규정들을 장사법 시행 후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만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장사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의 존립 근거가 이 법률의 시행으로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사설묘지의 설치가 허용되고 있으며, 기록상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였다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용덕, 박보영, 김소영, 권순일, 김재형 대법관 등 5명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음에도 20년간 평온, 공연한 점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상 영구적이고 무상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종전의 관습은 적어도 2001년 1월 13일 장사법이 시행될 무렵에는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이러한 관습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됨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A씨는 2008년 B종중을 상대로 소송을 내 원주시 행구동 일대 임야 1만 4257㎡의 소유권을 되찾은 후 임야 내에 설치되어 있는 B종중의 시조와 C씨의 증조부 등 6기의 분묘에 대해 이장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이 문제가 된 6기의 분묘 중 5기는 20년 이상 C씨 등이 점유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으므로 그대로 두고, 나머지 1기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판결하자 A씨가 상고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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