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 배임 · 금품수수 등 비리 얼룩변호사, 관세사, 의사, 약사도 관여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망했던 코스닥 상장기업을 상장폐지에 이르게 한 전 · 현직 경영진과 기업사냥꾼, 변호사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8월 23일 혈당측정기 등 제조 · 판매업체인 인포피아의 운영과 양도 과정에서 380여억원의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 배임) 등으로 배병우(53) 전 회장과 기업사냥꾼 이 모(43)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 청탁을 위해 금감원 직원 알선 대가로 경영진으로부터 4억 4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변호사 A(49)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밖에 범행에 가담한 12명을 적발해 5명을 불구속기소하고 7명을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와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회사에 지원되는 정부출연금을 유용하고 자사주를 임의로 처분,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등 380여억원의 횡령 · 배임을 저지른 혐의다.
인포피아는 2010년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2011년 지식경제부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으로 2009∼2014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으로부터 R&D 사업비 명목으로 정부출연금 100억원 가량을 지원받은 유망 기업이었다.
그러나 인포피아의 급성장에는 배 전 회장이 2009년부터 7년 동안 저지른 각종 비리가 감춰져 있었다. 배 전 회장은 정부출연금 중 9억원을 사적인 용도로 쓰고, 측근 명의의 외주업체에 부당지원을 하는 등 회사에 16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고, 허위공시 · 허위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주가부양을 시도했다.
급기야 배 전 회장은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들에게 회사를 넘겼다. 배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주식매도대금 일부를 받지 못하자, M&A 세력들과 공모하여 회사 자사주 25만주를 임의로 처분하여 40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회사를 넘겨받은 M&A 세력들도 자사주 86만주(106억원 상당)를 횡령하고 회사자금 30억원 상당을 유용했으며, 이사회 결의를 무시하고 유상증자 대상을 바꾸는 대가로 현 대표로부터 32억원을 받았다. 또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넘기는 대가로 32억원을 챙겼다.
회사의 본업은 뒷전이 됐다. 제조 과정에서 약사 등 전문가를 고용해야 했지만 이름만 빌렸으며 의료기기 임상실험을 빙자해 '사무장 병원'을 불법 운영하기도 했다.
결국 회사는 올 5월 상장 폐지됐다.
전문직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변호사 A씨는 집행유예기간 중이어서 변호사활동이 불가능함에도 금감원 조사 무마 청탁을 위한 금감원 직원 알선 대가로 4억 4000만원을 받고, 관세사 B(54)씨도 같은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또 의료전문가인 의사는 배 회장에게 고용되어 사무장 병원 운영에 일조하고, 약사는 의약품 제조관리자로 근무하는 것처럼 명의만 빌려주고 그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이지만 사실상 1인 지배회사로 운영될 경우 불법적 · 독단적 의사결정과 회사자금 지출을 견제할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공시의무자에 대한 책임강화, 준법통제기준과 준법지원인 제도 확대 등 상장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확대방안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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