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업무범위 내 청탁도 거액의 대가 받았으면 배임수재"
[형사] "업무범위 내 청탁도 거액의 대가 받았으면 배임수재"
  • 기사출고 2016.06.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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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정한 청탁에 해당" 군인공제회 전 본부장 징역 10월 확정
청탁받은 내용이 정당한 업무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그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5월 26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군인공제회 김 모(58) 전 금융투자본부장에 대한 상고심(2014도12425)에서 김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10월에 추징금 1억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군인공제회 투자업무를 총괄했던 김씨는 지난 2010년 9월 휠라코리아 이사 박 모씨로부터 휠라코리아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하여 군인공제회가 보유한 휠라 주식 25만주를 주당 3만 9000원에 휠라코리아 측에 매각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김씨는 법무팀 등과 협의, 이사회 의결 등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하고 주식 매각이 회사에 유리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사장 결재를 받아 주식을 횔라코리아 자회사에 매각했다. 이후 2년 동안 휠라코리아 측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씩 1억 2000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김씨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휠라코리아의 이사 박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군인공제회의 주식 매각을 다소 급하게 처리하였고 그 후 휠라코리아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매우 부적절하게 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김씨가 휠라코리아로부터 받은 '군인공제회가 휠라코리아에게 주식을 주당 39,000원에 매각하도록 해 달라'는 부탁이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거나, 김씨가 휠라코리아로부터 받은 자문료 명목의 돈이 '청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휠라코리아가 단순히 군인공제회의 투자본부장인 김씨와 단순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거액을 지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군인공제회의 투자본부장인 김씨에 대한 주식의 매각에 관한 보상으로 판단되고, 또한 김씨는 자신에 대한 감사에 착수되자 뒤늦게 휠라코리아에게 자문을 하였던 것처럼 허위의 자문자료를 만들어 내려고 하였다"며 "군인공제회의 투자업무를 담당하는 김씨는 주식의 매각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 당시 주식의 시가가 휠라코리아에 매각하기로 한 금액인 3만 9000원보다 훨씬 상회하고 계속하여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주식을 휠라코리아에 이 금액에 매각할 경우 장점만을 기재한 수정된 보고서로 결재를 받고 주식을 독단적으로 매각한 후 실제 자문도 하지 않은 채 휠라코리아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1억 2000만원의 거액을 지급받은 이상, 김씨가 휠라코리아로부터 받은 '군인공제회가 휠라코리아에게 주식을 주당 3만 9000원에 매각하도록 해달라'는 부탁은 사회상규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며, 김씨가 휠라코리아로부터 받은 돈은 그러한 부정한 청탁과 관련되어 제공된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은 ▲김씨가 주식의 매각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월 500만원씩 총 1억 2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아 왔는데, 종전에 김씨가 휠라코리아와 자문계약을 체결한 바가 없음에도 주식 매각 이후 자문계약을 체결한 점 ▲그럼에도 실제로 구체적인 자문을 하지도 않은 점 ▲따라서 주식의 매각 이외에는 김씨와 휠라코리아 사이에 자문계약이 체결될 이유가 없는 점 ▲이러한 자문계약이 비밀리에 체결된 점 등을 종합하면, "주식의 저가 매각과 자문료 명목의 금원 취득 사이에 대가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씨가 휠라코리아로부터 주식을 주당 3만 9000원에 매각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문료로 1억 2000만원을 받은 것은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로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김씨의 배임수재 혐의가 유죄라는 것이다.

항소심은 이와 관련,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 여부는 청탁의 내용이 가장 중요한 판단 자료라고 할 것이고, 청탁의 내용이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재량권 한도 내에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무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 비하여 배임수재죄의 인정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음은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이 '임무에 관하여'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고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않는 점(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6987 판결 참조)에 비추어 보면, 청탁의 내용이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위법 · 부당한 사무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밖에 부정한 청탁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인 대가의 액수, 형식,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부정한 청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김씨의 상고를 기각,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무법인 율촌이 김씨를 변호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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