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하베스트 인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배임 무죄
[형사] '하베스트 인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배임 무죄
  • 기사출고 2016.01.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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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비싸게 샀다는 증거 없어""부정한 동기 등 배신성 징표도 없어"
MB정부 시절 캐나다 석유업체를 비싼 값에 인수해 수천억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강 전 사장에 대한 판결은 특히 지난해 100억원대 배임 ·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과 통영함 장비 납품 관련 배임 혐의로 기소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무죄가 선고된데 이어 또 다시 무죄가 선고된 것이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 부장판사)는 1월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5고합631)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의 석유 탐사 및 정제업체인 하베스트를 하베스트의 자회사로 정유공장을 운영하는 NARL을 포함하여 인수 당시 하베스트의 주식시가인 7.3 캐나다 달러(C$)보다 높은 주당 10 C$에 인수해 공사에 최대 55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인수금액 40억 6500만 C$(약 4조 6000억원)에 인수했으나, NARL은 부실한 회사였고, 2010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2014년 NARL을 9730만 C$(약 924억원)에 매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전체 인수가 타당한지, 인수 자체를 포기할지에 대한 충분한 내부논의와 검증을 거쳤어야 함에도 충분히 수집할 수 있는 정보마저 외면하거나 과연 전체 인수가 석유공사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 자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운영 경험도 없는 정유회사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석유공사 대형화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대만 가지고서 무조건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강행하였다"며 "피고인은 이같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인수할 필요도 없고 인수하지 말아야 할 NARL을 포함한 하베스트 상 · 하류부문 전체를 하베스트 측 요구 금액인 주당 10 C$, 총액 4065백만 C$에 인수함으로써 석유공사에 약 354백만 C$(한화 3975억원)~491백만 C$(한화 5513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고, 하베스트사에 동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적정 금액 이상으로 인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A 주자문사인 메릴린치가 현금흐름할인법에 의한 가치 평가를 하면서 사용한 운영모델(NARL의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NARL 정유공장의 정제량, 생산하는 각종 석유제품의 비율과 가격, 원유 가격 등이 기재되어 있음)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비교가치법에 의한 가치 평가를 하면서 비교 대상을 잘못 선정하였다고 볼 수 없어 메릴린치의 NARL 자산 가치평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적정 금액 이상으로 인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NARL의 손해는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이후 심해진 WTI-두바이 유가 역전 현상에 의하여 발생하였고, 미국은 에너지정책보존법을 통해 2015년 연말까지 원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WTI 유가가 다른 지역 원유보다 크게 하락하여, 큰 폭의 유가 역전 현상이 장기간 계속되었다"며 "당시 셰일 혁명으로 유가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없었고, 피고인이 이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고, 피고인이 더 신중히 하베스트 인수를 검토하였더라도 유가 역전 현상으로 NARL이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NARL은 그 당시 어느 정도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었고, 장래 손실을 입을 것이 뚜렷하게 예상될 정도로 부실한 회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가가 단기간 내에도 급등하여 하베스트를 비롯한 상류 사업을 하는 석유회사들의 주가가 상당히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하였고, 하베스트 인수를 포기할 경우 하베스트 상류와 유사한 매장량과 생산량을 가진 석유회사 또는 자산을 석유공사가 2009년 9월 23일 하베스트와 상류 부문 자산 인수금액으로 합의하였던 약 30억 C$ 정도의 금액으로 인수하는 것은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는 임무 위배 행위와 더불어 핵심적인 요소로서, 이 사건 거래로 인하여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하베스트 회사 자체가 석유공사가 인수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 또는 회사의 자산 가치가 인수대금보다 질적으로 낮았다는 사실 등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하베스트가 석유공사의 업무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회사라거나 피고인이 하베스트를 일반적인 기업가치 평가법에 의하여 계산되는 평가금액의 범위를 넘는 금액으로 인수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인수 당시를 기준으로 하베스트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장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평가할 정도의 중대한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수로 인하여 석유공사가 부담하게 된 손실은 대부분 인수 후에 사후적인 사정변경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또 "회사의 목적이 석유공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분명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방법으로 산정된 자산 가치와 그에 기초하여 결정된 인수대금 사이에 질적으로 불균형이라고 평가할 만한 정도의 차이가 없었다면 이를 인수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책 판단에 관한 것으로, 형사상 배임죄는 배신성이 확인될 만한 특별한 사정들이 결부되었을 때에 비로소 논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에서 배신성의 징표라고 할 만한 것은 부정한 거래 동기, 거래로 인하여 피고인이 기대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익, 석유공사에 끼칠 손해와 하베스트가 얻을 이익의 규모와 성격, 피고인이 이를 예견하고 용인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 등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거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할 만큼 이러한 것들이 명백히 확인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지평과 KCL이 강 전 사장을 변호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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