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의칙 위반 아니야"한화에너지 인수 현대오일뱅크 승소
1999년 한화에너지를 인수한 현대오일뱅크가 인수 전 한화에너지의 군용유류 담합 사실을 숨겼다며 한화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최종 승리했다. 특히 대법원은 판결에서 현대오일뱅크가 M&A 당시 한화의 담합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한화가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0월 15일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케미칼과 한화개발, 동일석유,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을 상대로 낸 320여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2다64253)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주식양수도계약서의 문언과 함께 경제적 위험의 배분과 주식양수도대금의 사후 조정의 필요성은 원고가 피고들이 진술 및 보증한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여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주식양수도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는, 주식양수도계약의 양수도 실행일 이후에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항이 발견되고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원고가 그 위반사항을 계약체결 당시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 위반사항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가 진술 및 보증조항과 관련된 담합행위를 알고 있었고 담합행위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가능성 등을 주식양수도대금 산정에 반영할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한화에너지를 인수, 한화에너지는 이후 인천정유로 상호를 변경했다. 주식양수도계약에서 한화 측은 현대오일뱅크에게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일 및 양수도 실행일에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했고, 양수도 실행일 이후 위 진술 및 보증 조항을 포함한 보증 위반사항이 발견된 경우 또는 주식양수도계약상의 약속사항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인천정유 또는 현대오일뱅크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5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 보증 및 약속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인천정유가 현대오일뱅크와 SK, LG칼텍스정유, S-오일 등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예정업체의 투찰가격 및 들러리 업체의 들러리 가격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고 낙찰을 받아 그에 따라 군용유류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19조 1항 1호를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2000년 10월 시정명령과 법위반사실공표명령 및 과징금 475억여원의 납부명령을 내렸으며, 인천정유가 소송을 내 취소판결을 받자 2009년 1월 과징금을 재산정하여 인천정유를 합병한 SK에너지에 대하여 과징금 145억여원의 납부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또 2001년 2월 담합행위로 인하여 군용유류 구매입찰에서 적정가격보다 고가로 유류를 공급받는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천정유를 포함한 5개 정유회사를 상대로 1584억여원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현재 환송 후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과 보증을 했음에도 그와 달리 인천정유가 담합행위에 가담하여 공정거래법을 위반, 그로 인하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으며,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당하고, 벌금형을 받았으며,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으므로, 위와 같은 진술과 보증 위반으로 인하여 인천정유가 입은 손해 또는 현대오일뱅크가 위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여 과다하게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를 지급하라"며 한화 측을 상대로 320여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현대오일뱅크를, 한화 측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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