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피고인들 안락사 주장 배척"죽여달라는 부탁 합리적 의사결정 아니야"
말기 뇌종양으로 고통 받는 50대 아버지를 목 졸라 숨지게 해 '안락사 논쟁'이 제기됐던 남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의정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한정훈 부장판사)는 3월 3일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아들 이 모(28)씨와 딸(32)에 대한 국민참여재판(2013고합392)에서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남매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5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평결보다 형량을 높여 선고했다.
아들 이씨는 2013년 9월 8일 오후 3시30분쯤 경기도 포천의 집 거실에서 병환으로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고 거동이 불가능하여 누운 채 잠을 자고 있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누나와 어머니가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약 8분간 양손으로 아버지의 목을 힘껏 눌러 질식으로 사망하게 했다. 이로써 이들은 공모하여 직계존속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버지에 대한 안락사에 관하여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혔던 둘째 딸은 범행 2시간 30분전 자리를 떠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너무 고통스러우니 자신을 죽여달라고 지속적으로 부탁하였다고 하나, 이와 같은 피해자의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설사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피고인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의사표시가 피해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부탁에 따라 피해자를 살해하는 행위가 소극적 행위에 불과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없으며, 그 일련의 과정에 어떠한 의사의 관여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살해행위로써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형법상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안락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이 병환에 시달리는 아버지가 회복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결심하고, 피해자인 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그 범행이 반인륜적이고,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킨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점 등이 인정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배심원단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은 이씨 남매에 대해서는 8명이 징역 3년 6월, 1명이 징역 7년의 의견을 냈다. 아내에 대해서는 1명이 징역 1년 3월, 8명이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을 제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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