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형사재판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일까.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월 19일 김승연 회장 등 임직원 8명을 대상으로 총 10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이번 주주대표소송은 지난 2004년 3월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주식 관련 콜옵션을 무상으로 (주)한화 및 한화건설에 양도함으로써 회사에 입힌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월 14일 한화투자증권에 소제기 청구를 하였으나 회사 측이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회신을 보내오지 않음에 따라 소제기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주주대표소송의 초점인 대한생명 주식 관련 콜옵션은 2002년 10월말 한화컨소시엄(한화국토개발,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유통, 한화증권 등 한화그룹 5개 계열사와 맥쿼리, 오릭스 등 참여)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대한생명 지분 51%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5년의 기간 내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대한생명 지분 16%를 주당 2274.65원에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옵션(Pro-Rated Additional Shares Option)을 함께 받기로 한 부분을 말한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인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 계열사들이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을 (주)한화와 한화건설로 이전하는 등의 지분구조 조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화그룹 5개 계열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주식을 넘기면서 그 주식 거래가격에 콜옵션 가격도 포함한 것처럼 가장하여 결국 콜옵션을 무상으로 양도한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

이는 김승연 회장 등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도 확인이 되었다. 당시 홍동욱 한화그룹 재무팀장이 2003년 초 한화그룹 5개 계열사에게 각 회사가 보유 중인 대한생명 주식 및 콜옵션을 ㈜한화 및 한화건설에 매각할 것을 요청하면서, 대한생명 주식은 회계법인의 주식가치평가에 따른 가격으로 양도하고 콜옵션은 무상으로 양도할 것을 지시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이 한화증권의 손해액을 약 95억원으로 산정하여 홍씨 등에 대하여 특경가법 위반(배임)죄로 기소하였으나, 법원은 무상양도한 콜옵션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은 맞지만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홍씨에 대해 단순 업무상 배임죄의 유죄를 인정하였고, 이는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위 콜옵션은 대한생명 주식을 주당 2274.65원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후 대한생명 주식가치가 옵션행사가격보다 상승하면 그 차액 상당의 이익을 얻게 되고, 그 반대인 경우 권리행사를 포기할 수 있으므로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상으로 ㈜한화 및 한화건설에 양도함으로써 당시 한화증권의 이사들은 이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하여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비록 당시 한화증권의 등기이사는 아니었지만 콜옵션의 무상양도를 지시하고 그에 따른 이득을 실질적으로 향유한 업무집행지시자로 볼 수 있다"며, 주주대표소송의 피고에 홍동욱 경영기획실 전 재무팀장과 김승연 회장을 포함시켜 이들에 대한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김 회장의 경우 오랜 기간 한화그룹의 회장의 지위에 있었고, 형사판결문에서도 인정된 바와 같이 경영기획실을 매개로 하여 김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휘체계에 한화그룹 전체를 종속시킨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대한생명 콜옵션의 무상양도가 김 회장의 지시나 추인 없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 없고, 따라서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은 2007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한화그룹 5개 계열사가 ㈜한화 및 한화건설에 대한생명 주식 및 콜옵션을 매각한 것과 관련한 세무조사를 진행하여, 콜옵션 무상양도에 대하여 오릭스와의 거래가격인 콜옵션 1개당 약 1116원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추징했다. 한화증권은 이중 36억 5000만원을 납부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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