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과징금 부과 이어 개인별 손배 인정 주목 김앤장, 세종, 율촌, 화우 정유 4사 대리
기름값을 담합한 정유사들이 트럭운전자들에게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정유사들의 기름값 담합에 대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는 별도로 개별적인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이어 주목된다.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 부장판사)는 11월 8일 화물연대 소속 트럭 운전기사 526명이 "정유사들의 기름값 담합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7가합43530)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1인당 최고 50만원씩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모두 1억 2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담합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에쓰오일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국내 경질유 판매시장의 특성과 실태 ▲이 사건 공동행위 이전의 정황 ▲공동행위 기간을 전후로 피고들 사이에 공익모임 등을 통하여 가격에 관한 상호 의사연락이 있었던 점 ▲그 기간 구체적인 가격일치의 행태와 피고들 상호 간에 합의내용 이행 감시 및 피고들이 작성한 서류에서 담합행위가 있었음을 추정케 하는 여러 문구가 발견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2004년 4월 1일부터 2004년 6월 10일까지 피고들은 경유를 포함한 경질유제품의 가격 인상을 위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최종 소비자가격은 대리점 또는 주유소가 피고들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을 기초로 산정되므로 피고들의 대리점 또는 주유소 공급가격이 인상되면 최종 소비자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어 (피고들의 담합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피고들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통해 경유 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경유를 사용하여 트럭을 운전하던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에쓰오일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에쓰오일의 담합근거로 제시한 문서들의 각 기재 내용은 담합을 전제로 하였다기보다는 다른 피고들의 가격정책 또는 시장의 반응을 분석한 기재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오히려 다른 피고들의 가격인상 정책에 비협조적이면서 독자적인 저가판매로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려고 하였던 점 ▲다른 피고들이 2004년 4월 1일자로 일제히 할인폭을 축소할 때 에쓰오일은 할인폭을 단계적으로 소폭 인상함으로써 다른 피고들의 가격 움직임과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의식적 병행행위의 외형도 인정하기 곤란한 점 등을 종합하면, "에쓰오일의 담합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에쓰오일은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시아 최대의 유류완제품 국제시장인 싱가포르 석유시장의 가격을 기초로 일정한 부대비용을 더한 금액을 가상 경쟁가격으로 추정하는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통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다만 원고들이 손해액으로 1인당 50만원을 청구, 50만원을 한도로 배상액을 인정했다.
이들 4개 정유사는 2004년 4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가격결정에 관한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한 후 가격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기간 중 원유가 인상은 ℓ당 약 20원에 그친 반면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은 휘발유 약 40원, 등유 약 70원, 경유 약 60원씩 인상해 공급한 사실이 공정위에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이에 트럭 운전사들이 1인당 50만원씩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정유사들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에쓰오일을 제외하곤 모두 기각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원고들은 권두섭, 송영섭 변호사 등이 대리했으며, 정유 4사는 SK에너지-법무법인 화우, GS칼텍스-법무법인 율촌, 현대오일뱅크-법무법인 세종, 에쓰오일-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4개 로펌이 각각 한 회사씩 맡아 방어에 나섰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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