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 의견 많아…벌금 활용 주장도
"코스닥 등록기업의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의 피해를 안긴 사람에게 벌금 1000만원이 말이 되나요. 그러니까 사법부를 불신하게 되지요."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가 3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연 '증권 · 금융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에서 한 방청객이 지적한 내용이다. 이 방청객 외에도 이날 공청회에선 증권 · 금융범죄의 양형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가한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주필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범죄의 범행이 조직적 · 계획적이고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큰 경우 행위자의 이득액 또는 회피 손실액을 불문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CNK 사건,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같이 사회적 피해가 매우 큰 증권 · 금융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미국의 엔론(Enron) 사건, 메이도프(Madoff) 폰지사기사건 등의 사례에 비추어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도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는 일반 사기범죄를 넘어 조직적 사기범죄에 준하여 더욱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창현 변호사는 또 법적인 분석을 곁들여 증권 · 금융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 직원 등이 '북한 경수로 폭발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서울로 유입 중'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한 결과 27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사건을 예로 들며, "이 사건의 경우 주가조작을 치밀하게 준비하거나, 범행수법이 불량해 행위태양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얻은 이득액이 1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양형기준상 상한이 징역 2년 6개월에 불과하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범죄 특히 시세조종의 경우 이득액 또는 회피손실액을 원칙적인 양형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득액 또는 회피손실액을 양형기준으로 삼더라도 이와 함께 행위태양, 시장에 미치는 영향, 기타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현재 양형기준안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가중이나 감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고 변호사는 이어 "론스타 사건의 경우 2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거래규모의 대형화에 따라 벌금액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벌금의 일반예방적 효과가 징역에 못지 않다"고 지적하고, "벌금에 대한 양형기준의 신설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는 금융 ·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서초동 법원단지가 아닌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렸다. 양형위 관계자는 "금융계, 언론계, 학계 등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금융계 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양형위는 종전 법원의 양형 실무보다 형량범위를 대폭 상향안 증권범죄의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범죄에 대해서는 사기범죄에 준해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화된 형량범위를 설정했다. 예컨대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주가조작 등 시세조종행위 중에서 '이득액 또는 회피손실액이 5억 원 이상이고,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실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실형권고사유로 명시했다.
양형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참조해 5월 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증권 · 금융범죄의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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