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 주인에게 반환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으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된다. 카메라를 집 근처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주워서 가진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까.

청주지법 허선아 판사는 2월 6일 절도와 점유이탈물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문이 열린 승용차에 들어가 갤럭시S2 휴대전화기를 훔친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점유이탈물횡령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2013고단6)

A씨에게 적용된 점유이탈물횡령 공소사실은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충북 괴산군의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시가 35만원 상당의 삼성 디지털카메라 1개를 습득했으나 이를 피해자에게 반환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고 가졌다는 것. 피해자는 카메라를 자신의 차량 안에 보관하던 중 2012년 8월~11월 말경 도난당했다고 주장하고, A씨는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카메라를 습득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검찰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허 판사는 그러나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후, "피고인이 카메라를 습득한 곳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인 점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카메라를 유실물 내지 점유이탈물이 아닌 무주물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를 피해자에게 반환하지 않은 채 자신이 가지고 갔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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