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지시가 있었더라도 간호사가 환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라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환자 사망 진단은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2월 29일 간호사들에게 환자들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게 했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 포천시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의 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0007)에서 이같이 판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간호사 5명은 각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되었으며, 이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이 병원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A는 2014년 1월 1일부터 2015년 5월 20일까지 외래진료, 퇴근으로 인한 부재중인 상태에서 입원환자가 사망하는 경우에 간호사 5명으로 하여금 환자들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후, 자신 명의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이를 유족들에게 발급토록 하여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간호사 5명은 직접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검안서를 작성하여 유족 등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하는데도 의사 A가 외래진료나 퇴근을 하면서 환자 진료일지에 미리 기재한 사망원인을 보고 의사 A 명의로 사망진단서를 대리 작성하여 사망한 환자유족들에게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여 준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먼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관찰은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 · 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사인 피고인 5명이 환자에 대한 사망의 징후를 확인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사체검안 행위의 보조행위로서 의사가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하여 환자의 사망의 징후를 직접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의사인 피고인 A가 간호사인 피고인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의사인 피고인 A가 입회하지 아니한 채 '환자의 사망의 징후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유족들에게 사망진단서 등을 작성 · 발급한 행위'는 사망을 진단하는 행위, 즉 사체검안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포괄하여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