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기술이 뛰어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제품을 만들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고 할 때 매우 복잡한 규제들이 존재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합니다. 특히 나라마다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추구하는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글로벌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edical Doctor 학위도 취득
11월 9일 디엘에이 파이퍼(DLA Piper)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Danny Tobey 텍사스주 변호사는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AI 기술의 확대와 관련한 한국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해 조언을 쏟아냈다. 그는 DLA Piper의 'AI & Data Analytics' 부문 의장(Chair)이자 의학박사(Medical Doctor) 학위도 취득한 AI 전문가로, 이날 인터뷰에서도 의학과 AI 기술에 관한 식견을 담아 한국 기업이 준비해야 할 AI법(AI Law)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풀어냈다. Tobey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DLA Piper 한국사무소(대표 이원조)가 주최한 'ESG+AI 컨퍼런스'에서도 "AI법의 미래(The Future of AI Law)"를 주제로 발표했다.
Tobey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나라별로 존재하는 전 세계의 AI 관련 규제가 800개가 넘는다며,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추구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다양한 지역의 규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로벌 론칭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컨대 미국에서 적용되는 규제는 EU나 중국이 하는 것과 다르고, 하나의 대응이 모두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선 수많은 소송, 특히 집단소송(class action)에 대비해야 한다며, 그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나 소비재 상품, 의료 관련 제품 등 가치를 창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매우 소송을 일삼는 환경(a very litigious environment)에 노출되는 위험 또한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미리미리 소송에 대비하고 위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특히 기술이 매우 새롭고, 알려지지 않은 시장에서 DLA Pipper가 성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DLA Piper는 가장 먼저 AI 관련 자문을 도입한 미국의 대형 로펌 중 한 곳으로, 100명이 넘는 변호사와 데이터 과학자, 그 외 다양한 기술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DLA Piper AI 센터는 약 5년 전 설립되었으며, 다양한 규제에 대응하는 컴플라이언스부터 윤리(ethics), 매일매일의 사업결정에 이르기까지 게임체인저와 같은 AI 기술의 개발과 사용에 관련된 리스크와 기회에 대해 글로벌한 규모로 고객을 지원한다.
Tobey 변호사는 AI와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소송으로 정확성(Accuracy)과 함께 개인정보 위반(Privacy Violations), 차별과 공정성(Discrimination/Fairness) 등의 이슈를 내포한 전통적인 형태의 소송과 저작권 침해, 계약위반, Unjust Enrichment 등의 이슈가 주목되는 생성형 AI(GenAI) 개발자에 대한 소송,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 등 3가지를 들고, 세 번째의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AI 관련 소송의 새로운 큰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AI가 원래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집단소송이 많이 제기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AI에 의해 가동되는 모든 종류의 제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LA Piper가 피고 측을 대리하고 있는 미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상대 소송도 소비자들이 딥 러닝 알고리즘인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에 대해 제기한 소송으로, Tobey 변호사는 이러한 소송들은 법률이론과 사실관계에 있어서 그렇게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나쁜 소송은 좋은 기술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 이전에 그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그래서 우리 변호사들이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 댈러스(Dallas) 출신으로 하버드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해 2003년 J.D. 과정을 마친 그는 다시 UT Southwestern Medical School에 입학해 2008년 Medical Doctor 학위를 받은 J.D.와 M.D. 두 학위를 갖춘 변호사로 유명하다. 아버지가 심장내과 의사로, 어려서부터 의학을 접하며 자란 그는 법과 의학을 결합해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 분야에서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연장선상에서 AI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Tobey는 또 "예일 로스쿨은 매우 특별한 로스쿨"이라며 "내가 예일로 끝나지 않고 다른 것을 추구해 의과대학에 들어간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일 로스쿨은 매우 유연하고(flexible), 예일에선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혼합해 공부하고 법의 경계를 확대하기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예일 로스쿨 시절 교육용 SW도 개발
Tobey는 예일 로스쿨 시절 스타트업을 차려 로스쿨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스쿨 학생들이 메모를 할 수 있고, 이 메모들을 세상의 모든 교육 정보와 연결하는 한편 판례책(case books)과 같은 모든 종류의 교재를 불러올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었는데, 그는 로스쿨 기숙사에서 시작한 이 스타트업을 네덜란드의 한 출판사에 상당한 가격을 받고 매각했다.
M.D. 자격도 갖추고 AI 등 기술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Tobey 변호사는 법의 역할, 기능에 대해 매우 확고한 견해를 밝혔다.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자 목표라는 것이다.
"법이 기술 발전 방해하면 안 돼"
"나는 법이 기술의 발전을 돕는 힘이 되길 바래요. 만일 법이 기술에 방해가 된다면, 법은 나쁜 사람들이 기술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단지 좋은 사람들이 새로운 치료법이나 연구 또는 더 나은 제품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게 됩니다. 나는 법이 가치를 창출하고 해악을 막도록 매우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기술이 올바른 길에서 발전하도록 해야죠."
M.D. 학위도 갖추고 AI 등 기술에 조예가 깊은 Tobey 변호사의 클라이언트 명단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외에도 화이자(Pfizer), 나이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망라되어 있다. Tobey는 또 2021년부터 댈러스의 AT&T 퍼포밍 아트센터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