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 정부와 강원도 등이 지출한 재난지원금의 20%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민사2부(재판장 윤경아 부장판사)는 7월 5일 국가와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가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전의 책임을 20% 인정, "한전이 국가에 28억여원을, 강원도에 15억여원을, 고성군에 13억여원을, 속초시에 3억여원 등 모두 6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다헌이 국가와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를 대리했다. 한전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 17분쯤 한전이 관리하던, 강원 고성군에 있는 척산간 제158호 전신주의 부하측 S상 데드엔드 클램프 인출부에서 개폐기 쪽으로 나오는 전선 중 일부 부분이 끊어졌고, 단선된 전선 부분이 전신주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아크(arc) 불꽃이 이 전신주 밑에 있던 마른 낙엽 등에 옮겨 붙으면서 불이 났다. 불은 강원 고성군 일대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통해 산불로 확산되어 고성군과 속초시 일대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이 산불로 인해 속초시, 고성군, 동해시, 강릉시, 인제군 등에 위치한 산림, 농작물, 주택, 상업시설 건물, 가재도구 등이 소훼되는 등의 물적 피해와 인적 피해가 발생, 이틀 뒤인 4월 6일 속초시, 고성군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국가와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가 피해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정부가 이와 관련 한전에 구상권 청구방침을 밝히자 한전이 비용상환의무가 없다며 국가와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를 상대로 소송(2021가합30238)을 냈다. 국가와 강원도 등도 한전을 상대로 400억여원을 지급하라며 맞소송(2021가합30924)을 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66조 6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3항 각 호에 따른 지원의 원인이 되는 사회재난에 대하여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제공자에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재해구호법 13조 3항은 "국가 또는 1항에 따라 구호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 구호기관은 해당 구호의 원인이 되는 사회재난에 대하여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제공자에게 구호기관이 부담한 비용(국가의 경우에는 2항에 따른 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강원 고성군에 있는 척산간 제158호 전신주 중 S상 데드엔드클램프에는 스프링와셔가 빠져있었던 설치상의 하자가 존재하였고, 그로 인하여 체결부의 유지력이 저하되어 너트가 풀리게 되었으며, 이와 같이 너트가 풀린 상태에서 바람 등의 영향에 따른 진동으로 인하여 전선이 미끄러지면서 전선에 마모 피로가 발생함으로써 단선이 일어났다고 판단되고, 그와 같은 전신주의 하자와 산불의 발생 및 그로 인하여 피해주민들이 입게 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는 재난안전법 및 재해구호법의 '원인제공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피고들은 재난안전법 제66조 제6항 및 재해구호법 제13조 제3항에 따라 산불의 원인제공자인 원고에게 피고들이 각 부담한 위 재난지원금 상당의 비용을 구상청구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산불의 원인제공자로서 피고들에게 피고들이 각 부담한 재난지원금에 상당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용상환의무의 범위와 관련, 재난지원금 중 구호사업비로 지출한 내역 중 자원봉사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과 한전이 피해주민들에게 지급한 보상금과 중복해 지급된 재난지원금, 생활안정지원금(교육비), 임시주거시설설치비용 등은 비용상환청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산불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는 전신주의 설치상 하자가 있기는 하나, 산불 발생 당시 전신주 부근에는 평균 풍속 약 26~30m/s, 최대 순간 풍속 약 37.6~42.7m/s 정도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고, 원고가 진행한 손해사정 결과에 의하더라도 산불로 인한 손해 규모는 무려 1,7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는데, 이와 같이 피해의 규모가 확대된 데에는 전신주의 하자 외에도 위와 같은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던 점 및 산불이 야간에 발생하여 초반 대응이 어려웠던 점 등 자연력에 기인한 요소가 어느 정도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전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