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긴급 압수한 뒤 휴대전화 탐색 과정에서 피의자에게의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면 이를 통해 찾은 전자정보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돼 나중에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7월 28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2960)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2년에 추징금 13억 6,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인터넷에 출장안마 광고를 게시하고, 구인 · 구직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여성과 운전기사들을 고용한 뒤,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이 장소를 지정하면 고용한 여성을 그곳으로 보내 50분에 15만원, 90분에 20만원 등을 받고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2021년 4월 15일 오후 1시 25분쯤 A씨를 체포하면서 A씨 소유의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긴급 압수했으며, A씨는 당일 오후 9시 36분쯤 입감되었다. 경찰관은 다음날인 4월 16일 오전 9시쯤 이 휴대전화를 탐색하던 중 성매매영업 매출액 등이 기재된 엑셀파일을 발견하고, 이를 별도의 저장매체에 복제해 출력한 후 수사기록에 편철했으나, 휴대전화 탐색 당시까지도 A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상태였다. 이후 위 긴급 압수수색에 대한 사후영장이 발부되었으며, 엑셀파일 출력물과 엑셀파일을 복사한 CD가 증거로 제출되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엑셀파일 출력물과 CD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압수된 이 사건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탐색 · 복제 · 출력과 관련하여 사전에 그 일시 · 장소를 통지하거나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거나 또는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아니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객관적인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탐색된 엑셀파일을 출력한 출력물 및 위 엑셀파일을 복사한 CD(검사는 이를 증거로 제출하였다)는 경찰이 피압수자인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탐색 · 복제 · 출력한 전자정보로서, 피고인에게 압수한 전자정보목록을 교부하거나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아니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바가 없으므로,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사후에 압수 ·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절차가 진행되었더라도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엑셀파일에 관한 압수절차가 적법하다고 보아 위 출력물과 CD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에는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과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에 띠르면, 수사기관이 피압수자 측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압수 · 수색과정을 통하여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법무법인 린과 법무법인 강남이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