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추징금 채권의 집행을 피하려고 자신의 아파트를 아내에게 증여한 뒤 1심에서 추징을 포함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국가가 이 아파트에 관한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뒤 1년이 지나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내는 바람에 대법원에서 소 각하 판결이 확정됐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의 단기제척기간 1년이 지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5월 26일 국가가 A씨의 아내 B씨를 상대로 "B씨와 남편 A씨 사이에 부산 사하구에 있는 아파트에 관하여 체결된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B씨는 A씨에게 아파트에 관하여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낸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상고심(2021다288020)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 국가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본적으로는 유죄가 확정되어야 추징금채권이 성립되나,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시점에 이미 아파트를 넘긴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이때부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척기간 1년이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2018년 11월 증여를 원인으로 B씨에게 자신의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후, 2019년 1월 8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추징금 1억 4,2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국가는 1월 28일 이 아파트에 관하여 추징보전명령을 청구, 법원이 2월 15일 추징보전결정을 내렸다. 국가는 이어 2020년 2월 24일 추징금 채권의 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A씨가 아내에게 아파트를 증여했다며 B씨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냈다. A씨에 대한 형사판결은 2019년 5월 2일 확정되었다.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취소권의 단기제척기간(1년)의 기산일을 언제로 볼 것인가였다. 민법 406조 2항은 "채권자취소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 있은 날로부터 5년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가 적어도 추징보전결정이 내려진 2019년 2월 15일 무렵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그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국가의 청구를 각하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원심과 달리 국가가 추징보전을 청구한 2019년 1월 28일 단기 제척기간이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추징금 재판은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집행절차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집행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477조 제3항, 제4항), 추징금 납부의무자가 납부를 피하기 위하여 한 재산의 처분 기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에 대하여는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할 수 있는데(국세징수법 제25조), 이와 같은 국세징수법 제25조에 의한 사해행위취소의 소도 민법 제406조 제2항에서 정한 제소기간 내에 제기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215756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하였다는 사실을 채권자가 알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사해의사도 채권자가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26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법리는,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 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되는 등 예외적으로 그 채권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따라서 그 단기 제척기간의 기산일 역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성립하는 시점과 관계없이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는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피고인에 대하여 추징을 명한 형사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현실적으로 성립하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A의 관세법 위반의 범행 및 공소의 제기에 따라 추징을 포함한 유죄 취지의 1심 판결이 2019. 1. 8. 선고된 이후로 원고가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2019. 1. 28. 무렵에는 A가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배우자인 피고에게 증여하여 추징금 채권의 회수가 어려워지는 등 채권자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길 수 있음을 원고가 알았던 것으로 볼 수 있어, 민법 제406조 제2항에서 정한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에 해당한다"며 "그렇다면, 위 추징금채권이 그 이후인 2019. 5. 2. 현실적으로 성립되었더라도 2019. 1. 28.부터는 채권자취소권의 단기 제척기간이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추징을 명한 형사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추징금채권이 현실적으로 성립될 때까지 제척기간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그로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도과된 후에 제기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 판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채권자취소권의 단기 제척기간의 기산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