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형틀작업을 하던 목수 A씨가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산재일까. 당시 이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던 시공사는 골조공사 부분을 B사에 하도급주었으며, A씨는 B사로부터 돈을 지급받고 목수 형틀작업을 담당했다. 사고가 난 2018. 3. 30. 11:34경 시공사 소속 근로자가 공사현장 1층에서 용접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용접 시 일어난 불꽃, 불티가 작업지점 아래쪽에 있던 단열재에 튀어 불이 붙었고, 불길이 천장에 시공된 단열재에 옮겨 붙으면서 대형화재로 번지게 되었다. A는 당시 공사 현장 지하에서 형틀작업 중이었는데, 이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숨진 것이다. 이 사고로 인하여 A와 B사 직원 등 총 3명이 사망하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최근 A의 배우자가 유족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82048)에서 "A는 B사의 근로자의 지위에서 형틀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당시 독립된 사업자의 지위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였다고 보인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B사는 이 사건 공사 즉,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의 하수급자로서 A에게 공기 내 형틀작업을 마쳐 줄 것을 요청하거나 각종 안전관리 및 현장관리 지시사항만을 전달하였을 뿐 구체적 작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지시 ‧ 감독을 하지 않았고, 형틀작업의 전문성을 갖춘 A가 인력 수급부터 개별 근로자의 노임 결정,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 등에 대한 독자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A와 B사 사이에 작성된 노임지불각서의 개별 노임단가는 총액에 맞추어 형식적으로 기재되었고, 실제로는 A가 B사로부터 기성율에 따라 산정된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다음 개별 근로자들에게 협상에 따라 결정된 노임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직접 취득한 것으로 보여 A는 B사의 근로자가 아니라 B사로부터 형틀노무작업을 도급받아 자신의 계산으로 수행한 사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는 2017년 9월경부터 인천에 있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형틀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이 공사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또 다른 건설공사 현장과 C현장 철근형틀공사 2공구 현장에서도 형틀작업을 진행하였고, 2017년 10월에는 이 사건 공사현장과 C현장 철근형틀공사 2공구 현장에서 동시에 형틀작업을 진행하였으며, 2017년 12월부터는 이 사건 공사현장과 인접한 다른 공사현장에서 형틀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다"며 "여기에 A가 단독으로 형틀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팀을 구성하여 작업을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가 B사를 위해 전속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하고(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사는 A로부터 소득세 등만을 원천징수하고 A의 고용보험료만을 납부하였을 뿐 A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등을 납부하지 않았다. 또 A가 작업 도중 사망하였는데도 A의 유족들에게 형틀작업팀의 노무비만을 지급하였을 뿐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