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추가하면 불이익변경금지 위반"
[형사]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추가하면 불이익변경금지 위반"
  • 기사출고 2020.06.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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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벌 아니지만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에서 선고하지 않은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을 추가한다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은 형벌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불이익하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368조는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 모씨는 2018년 8월 27일 오전 7시 49분쯤 부천역에서 개봉역으로 가는 지하철 1호선 급행전동차 안에서 내부가 혼잡한 틈을 이용하여 뒤로 손을 뻗어 손가락을 이용하여 한 여성(당시 40세)의 옷 위로 음부 부분을 만져,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추행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6월 19일 권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아동 · 청소년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3년을 선고했다. 권씨는 "추행한 사실이 없고,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인천지법 재판부는 2019년 11월 22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1심 형량을 유지하면서, 직권판단을 통해 1심에 없던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3년을 새로 병과하여 선고했다. 개정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취업제한 명령 부가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는 게 이유였다. 2018년 12월 11일 법률 제15904호로 개정되어 2019년 6월 12일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59조의3 1항은 "법원이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로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 · 면제된 날부터 일정 기간 동안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을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개정법 부칙 2조는 "59조의3 1항은 개정법 시행 전에 성범죄를 범하고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그러나 5월 14일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8550). 법무법인 강함이 권씨를 변호했다.

대법원은 먼저 "원심의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이를 개별적 · 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아닌지를 보아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장애인복지법 개정규정에서 정한 취업제한 명령은 범죄인에 대한 사회 내 처우의 한 유형으로서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만,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1심판결 선고 당시 피고인은 장애인복지법 개정규정에 따라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만 취업제한을 받게 되므로, 개정규정이 필요적으로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1심이 이를 선고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피고인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제1심과 동일한 형을 유지하면서도 개정규정에 따라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3년의 취업제한 명령을 새로 병과하는 것은 전체적 · 실질적으로 볼 때 제1심판결을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