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건설사와 맺은 공사계약과 다른 내용으로 아파트가 완공된 경우 조합에선 시공사를 상대로 아파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아파트가 '계약에서 정한 용도'에 맞게 건설되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재개발 · 재건축에 관련된 사건을 많이 수행하는 법무법인 센트로의 권재호 변호사가 같은 사무실의 유재벌(사시 57회) 변호사와 함께 지방의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대리해 최근 유명 건설사를 상대로 아파트 하자로 인한 28억원이 넘는 손해배상판결을 받아냈다. 조합과 맺은 공사 도급계약상의 착공도면과 달리 시공한 부분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인정받은 결과로, 시공을 맡았던 GS건설에선 '준공도면'이 하자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착공도면 기준'을 주장한 권 변호사팀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고가 누구냐에 따라 판단기준 달라
"아파트 하자소송은 누가 원고가 되어 제기하느냐에 따라 하자여부의 판단기준 등이 달라져요. 아파트 입주민이 시행사를 대위해 시공사를 상대로 내는 하자소송에선 대법원이 '준공도면'이 하자 판정의 기준이 된다고 판시한 적이 있는데, 시행자 조합이 시공사를 상대로 도급계약에 따라 하자를 청구한 이 사건에선 착공도면이 기준이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물론 원고 측에서 시행자와 시공사가 체결한 도급계약은 통상 최초 착공도면을 기준으로 그 범위가 정해지고, 시공사가 시행자와 합의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공사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도급계약상의 기준도면은 착공도면이 된다고 주장했고, 이를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권 변호사는 또 "예전에는 입주민들이 시행자가 시공사에 대해 갖고 있는 하자보수청구권을 대위하여 소송을 많이 제기해 왔는데, 이렇게만 소송을 진행하면, 하자 판정의 기준도면이 준공도면에 머무르게 되고, 미처 채권양도를 하지 못한 세대는 소송에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반면 시행자가 시공사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청구할 경우, 하자 판정의 기준도면을 착공도면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고, 시행자는 입주민들로부터 별도의 채권양도를 받지 않아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여러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제5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권 변호사는 대한변협에 재개발 · 재건축을 전문분야로 등록한 이 분야의 전문가로, "예전과 달리 요즈음의 아파트에서는 시공기술의 발달로 직접적인 붕괴 위험 등 대규모 부실 등이 많지 않아 보이나, 입주민들의 권리의식이 매우 높아졌고 안전진단에 관한 기술과 법령도 많이 발전하여, 종래에는 그냥 넘어갔던 하자들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문제를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아파트에 화재가 난 경우 일정시간 동안 불과 연기를 막아주는 방화문이 실제로는 차연과 내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방화문에 대한 하자소송 또한 상당히 많아졌다"며 "다만, 방화문 하자소송의 경우 우리나라에 시험기관이 적어 감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통상의 하자소송과 별도로 제기하기도 한다"고 최근 아파트 하자소송의 동향을 소개했다.
아파트 하자소송 전문가로서 시행사나 입주민들에게 조언할 것은 없을까.
권 변호사는 "우선 시공사 내지 공사수급인들을 잘 감독하여 하자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자잘한 하자는 아파트 건설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따라서 시행자는 도급계약서를, 입주민들은 분양계약서를 잘 확인하여 나중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어떠한 기준에 따라 어떠한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인식하고 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시행사는 도급계약에 하자 판정의 기준도면이 무엇인지 이를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좋다"며 "처음부터 '하자판정의 기준도면은 착공도면이다', 또는 '몇월 몇일자 도면이다' 이런 식으로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두면 분쟁을 예방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광고 내용 분양계약에 명시돼야 확실
또 입주민들에게는, "종종 카탈로그나 모델하우스 등 분양광고를 보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분들이 많은데, 분양광고의 기준을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확실하게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분양계약서에 그 부분을 명시하여 기재해 달라고 분양사에게 요청해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권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분양광고의 내용이 분양계약으로 편입되어 인정되는 경우가 아주 적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