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어머니가 몰래한 녹음도 증거능력 있어"…젖먹이 학대한 돌보미 유죄
[형사] "어머니가 몰래한 녹음도 증거능력 있어"…젖먹이 학대한 돌보미 유죄
  • 기사출고 2019.02.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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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 넘지 않아"

돌보던 아이에게 욕설한 게 녹음되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사회복지재단 돌보미에게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법원이 1심과 달리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당시 상황을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상고심 판단이 주목된다.

대구지법 형사1부(재판장 임범석 부장판사)는 1월 24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여 · 48)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1809)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을 선고했다.

대구 북구청 가족복지과에서 위탁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 소속의 아이 돌보미인 A씨는 2017년 9월 13일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5시 30분쯤까지 대구 북구에 있는 생후 10개월 된 B군의 집에서 B군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운다는 이유로 B군을 때리고, B군에게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놈 아니가 진짜, 쯧, 또라이 아니가, 또라이, 쯧, 울고 지랄이고"라는 등 큰 소리로 욕설을 하고, B군이 큰소리로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B군이 울음을 그치도록 조치하지 않은 채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당시 A씨의 욕설과 B군의 울음소리 등은 B군 어머니가 몰래 켜둔 녹음기에 그대로 녹음됐다. A씨는 아이돌보미로서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B군 어머니가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고, 이번에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녹음파일의 내용은 ①B군이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음성, ②B군의 이와 같은 울음소리 등에 반응해, A씨가 B군을 상대로 하는 말, ③A씨가 B군의 어머니와 나눈 전화통화, ④A씨가 자신의 자녀 등 아는 사람과 나눈 전화통화, ⑤딱딱한 물체에 부딪히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TV 소리 등의 기타 음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①부분은 언어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10개월에 불과한 피해 아동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울음 등의 음성으로 표출하는 것인바, 사람의 의사소통의 기본적 수단인 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③부분은 대화 당사자인 모친이 녹음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며, ⑤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부분 역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함으로써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재판부는 ②부분에 대해서도, "피해 아동은 아직 언어 능력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아 피고인이 하는 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결국 본건 범죄 성립 여부는 피고인 말의 내용이 아닌, 목소리의 크기, 억양 등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후 10개월의 피해 아동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들릴 만한 것인지에 달려 있다"며 "그렇다면 ②부분 중 증거로 필요한 부분은 피고인 말의 내용이 아닌 피고인의 목소리, 억양 등 비언어적 정보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상대로 하는 말은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의미하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본건과 같은 아동학대 범죄는 피해 아동의 정서 발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중한 범죄임에도, 이러한 범죄는 주로 피해 아동과 단 둘이 있는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특히 언어 능력이 없는 피해 아동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말조차 할 수 없어, 범죄 의심을 품은 부모 입장에서는 이 사건 녹음과 같이 몰래 녹음하는 것 외에는 증거를 수집하거나 범죄를 적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 아동의 모친 역시 불가피하게 비밀 녹음을 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비밀녹음을 통해서 드러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를 비밀녹음을 통해 얻었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녹음 중 증거로 사용되는 부분은 피고인이 한 말의 내용이 아닌 비언어적 정보에 그치고, 피고인은 피해 아동 부모의 집에서 계약에 따라 피해 아동을 돌보는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는바, 이러한 공간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 것이라 기대되는 사적 영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 아동의 모친이 피고인의 업무 공간에서 발생하는 피고인의 목소리 등을 몰래 녹음하였다고 하여, 이로 인한 피고인의 인격적 이익의 침해 정도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할 정도의 현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②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상대로 하는 말 부분의 증거능력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④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정서적 학대 혐의에 대해, "녹음 중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부분들에 따르면, 피해 아동이 오랫동안 울고 보채는데도, 피고인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 아동에게 큰 소리로 거친 억양의 욕설을 여러 차례 한 사실 등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피해 아동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신체적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녹음을 들어보면, 누군가가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고, 특히 둔탁한 소리 이후 피해 아동이 더 크게 우는 경우도 있어, 피고인이 피해 아동에게 위협적 행동을 한 것 같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약 30초 후에도 이 소리와 비슷한 둔탁한 소리가 들림에도 피해 아동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둔탁한 소리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때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