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상속받은 땅에 우수관 매설되어 있어도 철거 요구 불가"
[민사] "상속받은 땅에 우수관 매설되어 있어도 철거 요구 불가"
  • 기사출고 2019.01.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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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아버지가 공중 용도에 제공…사용 ⋅ 수익권 행사 제한"

상속받은 땅에 빗물 배수시설인 우수관이 매설되어 있더라도 상속인이 우수관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아버지가 스스로 토지를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 상속인도 이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이 제한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월 24일 A씨가 자신이 상속받은 땅에 설치된 우수관과 오수관(오물 배수시설)을 철거해 달라며 용인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264556)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우수관 철거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오수관은 철거하고, A씨에게 오수관이 매설된 지하부분에 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268,520원을 용인시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95년 아버지 소유의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전 1587m²을 협의분할 상속받은 A씨는 용인시가 이 땅에 매설한 우수관과 오수관을 철거하고, 그동안 부당하게 땅을 사용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2013년 4월 소송을 냈다. A씨는 소 제기일로부터 소급하여 5년 전인 2008년 4월까지 5년 동안의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인 2500여만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국가재정법 96조 2항에 따르면,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시효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5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A씨의 아버지가 스스로 우수관과 오수관을 매설할 수 있도록 토지를 제공함으로써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우수관과 오수관이 장기간 매설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아버지가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우수관은 토지를 가로질러 매설되어 있는데다 규모 역시 커 A씨의 아버지의 동의 하에 설치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A씨의 아버지가 우수관 매설 당시 매설 부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우수관를 철거해달라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오수관에 대해서는, "오수관을 설치할 당시 A씨의 아버지가 이에 동의하거나 매설 부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오수관 철거를 명하고, 소제기일로부터 소급하여 5년 전인 2008년 4월 23일부터 소제기일인 2013년 4월 22일까지 5년간 오수관이 매설된 지하부분을 점유함으로써 얻은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268,52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대법원 1973. 8. 21. 선고 73다401 판결 선고 이후 다수의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토지 소유자 스스로 그 소유의 토지를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 토지에 대한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법리가 확립되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이 아닌 한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 의무를 승계하므로(민법 제1005조),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그 소유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여 독점적 ⋅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토지가 상속재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사망 후 그 토지에 대한 상속인의 독점적 ⋅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의 행사 역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 사건 우수관 설치 당시 원고의 피상속인은 자신이 소유하던 토지와 그 지상 단독주택의 편익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우수관을 설치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상속인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분명하고 확실한 공공의 이익 또한 인정되므로, 피상속인은 계쟁토지 부분을 포함한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고, 상속인인 원고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의 행사 역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 행사의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 ⋅ 배타적인 사용 ⋅ 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에도, '일반 공중의 무상 이용'이라는 토지이용현황과 양립 또는 병존하기 어려운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만이 제한될 뿐이고, 토지 소유자는 일반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그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 ⋅ 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